흉터 쿠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42
이혜미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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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상처보다 흉터에 가깝다.”

 

처음 이 시집을 소개했을 때 댓글로 흉터가 맞겠다는 답글을 받았다. 어째서 그럴까 문득 생각하고 며칠 간 담아 두었지만, 시문해력이 무척 낮아서 말끔하게 이해하고 문장으로 동의를 완성하지 못했다.

 

나는 내 몸의 자잘한 흉터들을 좋아한다. 폭력의 아픈 기억이 함께하지 않아서 가능한 일인 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서툴고 어리석은 내가 만든 사건들이다. 가장 최근에는 손목에 무척 흥미로운 문양의 긴 화상 자국이 생겼는데 역시 어리석은 판단 때문이라 아픈 척도 못했다.

 

흉터를 좋아하는 건 통증과 자해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런 순간들이 모두 나를 고유하게 만든 역사이기 때문이다. 요즘 더 자주 활용되는 다중 우주 어딘가에 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같고도 여전히 다른존재이다.

 

상처는 피부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시인의 언어와 문장은 흉터가 남은 수천, 수만의 상처들을 아울러 위로한다. 제목에 쿠키란 단어가 있다고 일차원적으로 쿠키 생각만 하다 공간과 색이 겹친 표지를 받고 잠시 당황, 여러 생각...



 

쿠키를 찍어내고 남은 반죽을 쿠키라 할 수 있을까


안 구워내면 쿠키라 할 수 없다... 그냥 반죽... (시 이해가 이 정도로 얄팍해서야... )

 

찍어내는 쿠키는 공이 많이 든다. 요즘엔 더 게을러져서 이런 쿠키만... 재료를 다 붓고 젓고, 뜨고 올려서 굽는다. 그것마저 귀찮아지면 큰 반죽 덩어리로 남은 재료를 모두 사용해서 굽는다. 구워야 쿠키가 된다.



 

날이 추워지면 자꾸 식탁에서 책을 읽으려 한다. 도피하기 전에 뭐라도 오븐에 넣으면 완전히 무용하지 않았다는 변명도 생기고, 온도감이 좋고, 다 구워지면 천국 같은 향이 나고, 사지 않으니 포장쓰레기가 없어서 안심이 된다. 달지 않은 쿠키가 좋다.



 

무탈하니 좋은 날이었다고 생각한 월요일 저녁, 시집이 있어 금요일 저녁처럼 지낼 수 있었다. 벌써 발가락이 시리다. 가을이 사라졌나 서러운 기분이 위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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