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본 다른 일본 - 미디어 인류학자가 읽어주는 일본의 속사정
김경화 지음, 김일영 그림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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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머물 때 한국은 전쟁 위협이 상존하는 국가였다. 지도교수 한 분은 강연 초청을 받고 방문을 무척 두려워하셨다. 근래 몇 년 간 한국의 모습들 - 폭력 시위 없는 평화로운 탄핵과 문재인 정부와 매일 시끄러운 현 시국을 외부인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직접 읽은 책도 오독하는데 숨겨진 차원이라는 문화를 몇 번의 여행과 얕은 사귐으로 깊이 있게 배울 수는 없다. 그래서 18년 간 일본에 살면서 자신이 체화한 문화적 맥락을, 미디어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읽은 이야기들이 분열을 메우고 정보를 업데이트하기에 무척 유용하다.

 

벌써 몇 년째 도쿄과 나가노현을 오가면서 두집살이를 해온 친구가 있다. (...) 일이 있을 때에는 도쿄의 셰어하우스에 머무르지만, 일주일 중 절반은 시골집에서 고즈넉하게 생활한다. 시골집은 주인의 취향에 따라 소박하지만 꽤 멋들어진 스타일로 꾸며놓았다.”

 

내 친구도 이렇게 살다 고가를 구입해서 귀촌을 했다. 농사를 짓지 않고 직장도 그대로이지만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변하는 일상을 보여주어 함께 그 시간을 간접 체험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시도한 분들이 많겠지만, 시간의 흐름이 많이 다른 느낌. 여전히 분주하거나 짐작보다 고적하거나. 개인차인지 문화차인지는 생각이 닿지 못했다.

 

일본의 한 사회학자는 젊은 층의 이런 소비 전략을 ‘0(제로)의 소비문화라고 이름 붙였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생각은 고도성장과 버블 시대를 경험하면서 만들어진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해서 기성세대의 관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험 속에서 고착화된 관념이,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가리는 장애물이 된다.”

 

소비에 대해서는 물질적 풍요, 눈부신 성과 등으로 광고하던 시절에 유감이 많다. 인류는 낭비하고 살았다. 생산한 것들을 다 소비하고 살았다면 좀 나았으련만, 소비자에게 도착도 못하고 쓰레기가 되는 상품들이 식품, 의료 할 것 없이 30-40%이다. 이런 멍청한 시스템이라니. 결과가 기후위기로 맞는 지금 이 현실이다. 부디 젊은이들이 이전세대보다 현명하길, 어떤 동기와 현상으로 불리더라도 응원하고 싶다.

 

사실 일본 정부의 쿨 재팬프로젝트는 쓸데없이 세금만 낭비한 실패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 어떨 때에는 국가가 나서지 않는 것이야말로 도와주는 것이다. 대중문화처럼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핵심 가치로 삼는 영역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를 하다고 하는 것도 웃긴 표현이고, 문화 영역의 국가 프로젝트는 어불성설이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최선이 아닐까.




무척 맛있는 메뉴가 많은 레스토랑 같은 책이다. 곰곰이 생각하며 얘기해보고 싶은 주제들도 많다. 한일 양국의 사람들이 함께라면 가장 이상적일 듯. 혼밥, 혼술로 대표되는 현상이 개인주의를 존중하는 문화적 변화인지, 소비주의의 한 형태인 뿐인지도 흥미로운 고민이다.

 

정보가 현실을 만든다.” - 유사환경의 본질, 한일 양국 언론이 쏟아내는 위태로운 정보들

 

가장 아프고 무거운 주제, 혐오에 대해서는 언론이 참 밉고 결과가 많이 걱정스럽다. 거친 생각과 말을 다듬기 위해 책을 더 많이 읽는다는 친구를 나도 따라 해야겠다. 언어는 생각을 만들고 전하고 재구성한다. 혐오를 대체할 언어의 탄생과 유통을 간절하게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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