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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8월
평점 :
세계사 공부를 제대로 할 기회가 없어서 무지한 상태로 영국 유학을 갔다. 국적이 수십 개인 학생들을 만나다보니 기초지식도 부족한 세계사 상식이 부끄러웠다. 그래서였을까, 호세이니의 문학을 전공이 아님에도 함께 읽었다.
2022년에 다시 만난 작품은 달랐다. 라일라와 마리암의 처지가 모국어로 가감 없이 생생하고 처참하게 전해져 문득 숨이 막혔다.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에 무지하지만, 반백년쯤 살아 보니 누구의 생존도 대체로 무겁고 고단했다.
버리고 팔고 때리고 죽이는 일이 법인 곳에서, 살리고 키우고 지키고 사랑하고 용기를 낸다. 늙어서 눈물이 왈칵거린다. 남은 자들이 살아가는 이런 모습을 떠난 자가 알 것인가. 외부인인 나의 눈에 현장의 삶을 제대로 담길 것인가.
20대에 나는 작가가 못미더웠다. 안전하고 한가롭게 미국에 살면서 글 쓰는 남성작가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생존을 위해 매번 목숨을 거는 여성들의 삶을 아는 걸까 기분이 뾰족해졌다. 지금은 판단할 만큼 알고 안타까워하고 도움이 될 일을 한 적이 없어 부끄럽다.
라일라에게 슬퍼하지 말라는, 죽어 갈 마리암을 만나 기어이 울었다. 시시한 일들에 홀려 생전에 녹취를 못한, 대하소설 같은 삶을 살아내신, 여러 해 기워주신 할머니가 죽도록 그립다. 사람은 주고받은 사랑이 있어 거듭 무너지고 살아 본 기억이 있어 버틴다.
“그녀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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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못 읽겠다 싶게 괴로운 내용인데 끝까지 읽게 된다. 저자는 모든 문장들을 세상에 불러내어 뜨거운 아픔과 안타까움을 눌러 썼을 것이다. 마침내 체온처럼 따스하고 찬란한 태양을 이들의 삶에 데려다놓고 말겠다는 결심을 지켰을 것이다.
폭력은 망가뜨리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다른 꿈을 꾸는 이들은 더 힘이 세다. 생존한 인간은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 그러니 포기도 좌절도 마지막의 마지막에 하면 될 일이다. 고되고 두려운 희망도 여전히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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