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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쫌 아는 10대 - 가상과 현실이 만나다 ㅣ 과학 쫌 아는 십대 14
송해엽.정재민.방상호 지음 / 풀빛 / 2022년 9월
평점 :
육지, 바다, 대기, 우주공간과는 다르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세계이다. 실재가 아닌 대상에 대한 정보가 옮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란 곧 ‘정보’라고 한다면, 이상적인 수준의 메타버스에서는 실사와 같은 체험/경험이 가능하다.
올 해 들어 메타버스 관련 도서들을 몇 권 읽으며 배우는 중이다. 아직 혼란스럽다. 그래도 덕분에, 제페토도 알게 되고, 인스타그램에서 아바타를 본격 도입하여 메타버스커머스를 추진 중이라는 발표도 접했다.
알든 모르든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하여 세계를 구축하고 머물며 사는 중이다. 여러 해전 증강현실 체험이 메타버스로 이행하는 테스트 버전이었던 것이다. 시각과 뇌가 완전히 통제된 채 증강현실에 들어가니 현실 체험과 같은 생체 반응이 기록되었다.
정보를 아는 모든 것을 메타 공간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면, 못 옮길 것이 없다. 모든 세대가 원하는 공간이 메타버스에 마련될 수도 있을 거란 짐작은 공간의 확장과 산업의 활용도를 충격 속에 상상해보게 한다.
아바타나 AI 친구들이나 스타들과 만나며, 접속자 스스로 노래, 춤, 공연, 게임을 함께 즐길 수도 있고, 소통, 대화, 상담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틱톡에서는 이미 팔로워가 1000만 명에 육박한 AI 로봇 래퍼가 존재한다고 한다.
나의 취향은 좀 더 다르다. 만리장성 성벽을 따라 가다 바다에 빠지는 건 너무 무서웠지만, 내가 바라는 메타공간은 여행지일 것이다. 지구 곳곳과 우주... 판데믹에 메타버스 공간 서비스가 있었다면, 열심히 사막과 바다와 산과 우주를 다녔을 것이다.
앞으로의 메타버스 경험은 AR/VR과 다른 아바타 방식의 접속일 수 있다. 어쩐지 나는 안경/기기 방식이 더 마음에 들지만, 아바타를 만들어 애착 형성을 하기 전이라 그럴 지도. 아바타 체험의 장점은 현실의 나를 무한 복제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바타를 ‘디지털 미(Digital Me)’ 또는 ‘디지털 자아(Digital Self)’라고 표현할 수도 있어. 현실 세계의 나는 하나뿐이지만, 디지털에서는 몇 개든 만들 수 있다는 차이가 있지. 이메일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야.”
현실의 여행이 돈과 시간의 여유가 있고 의사소통에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들에게 더 쉬운 방식이라면, 메타버스 속 체험은 급진적으로 조건과 기회의 불평등을 해결한 것처럼도 느껴진다. 나이, 자본, 성별에 따른 제약이 사라진 것만은 사실이다. 여전히 가상공간/체험이지만.
이 책은 메타버스에 관해 기초부터 응용까지 쉽고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반가운 책이다. 분량 상 많이 소개를 못했지만 누구나 읽고 배우기에 난이도와 분량 모두 최적이다. 디지털에 더 익숙하고 중요성을 많이 부여하는 십 대들에게 특히 유용/유익한 책이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이 늘어날 때마다 제기되는 윤리적 질문과 고민에 대해서도 반드시 진지하게 논의하는 시간이 있길 바란다. 범죄는 관리와 제약이 허술한 공간에서 더욱 정교하고 악랄하게 진화한다. 성폭력은 직접 접촉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도 성립한다.
지치지 않고 새로 배우기에도 복기하기에도 좋은, 재미와 진지함이 모두 있어 아쉬움이 없는 책이다. 완독 후 표지를 다시 보시면 더 선명한 많은 것들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