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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이야기 수학 클럽에 - 숨겨진 수학 세포가 톡톡 깨어나는 특별한 수학 시간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평점 :
수학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의 소식이 반가웠다. 성취가 부러웠다기보다 그분이 전하는 메시지와 말씀이 숨통을 여는 시원한 내용이라 그렇다. 수학을 싫어하지 않고 학창시절을 보낸 드문 유형에 나는 속하지만 그렇다고 교과과정으로서의 수학이 재밌진 않았다.
경직된 분위기, 단원별로 과도하게 부과된 문제풀이 분량, 시험과 체벌, 좋았다가도 질리는 구조이다. 지금 초등 5학년인 둘째가 종종 자기 전까지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이 있다. 놀랍게도 몇 십 년 전 내가 풀던 문제집 구성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무슨 즐거움과 성취를 경험할까... 안타깝다. 지금은 집중한다고 해도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며, 예전의 나의 세대처럼 얼른 학창시절의 지겨운 수업에서 탈출하고 싶단 생각을 내내 할 지도 모른다. 사회적 비용과 개인의 귀한 시간을 모두 낭비하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방학 때 느긋하게 읽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 책이 도착하고 천천히 부담없이 읽어보라고 권했다. 수학 학습 책이라 여기지 말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다른 경험을 하기를 바랐다. 실제로 그런 목적으로 기획된 책이고 스토리텔링 방식이라 표현들도 비유적이고 유쾌하다.
- 수학이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수와 모양(길이, 넓이, 부피 및 응용)을 공부하는 방법
- 방정식, 함수, 기하, 벡터, 행렬 등등은 단원별 분리사항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어울려지는 오케스트라
예를 들면, 현악기 현의 길이 비율이 2:1인 현 두 개가 동시에 울리면 8도 화음(옥타브)이 나고, 3:2이면 5도 화음이 난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의 인체 비율도 몬드리안의 작품의 면과 선의 어울림도 수학이다. 최단 비행거리는 직선이 아니라 살짝 위로 가는 것이다.
일상에서 우주까지 수학 없이 관찰하고 해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도구이자 언어로서 수학의 중요성은 측정불가한데, 그러니 더욱 잘 배울 수 있게 고심한 수업/학습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저자께서 담아 주신 다양한 분야를 구경하는 일이 무척 즐겁고 행복하다.
삶의 본질과 시험 점수는 하등 관련이 없다. 하필 그런 기준으로 교육성과를 측정하는 시스템이 끔찍하다. 필즈상 수상자가 아무리 감동적인 연설을 해도, 저자와 같은 수학자가 얼마나 멋진 책을 출간해도 교육자본은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비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육자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기지 않고, 선행학습으로 자녀들을 몰아붙이는 일에 이분들의 존재와 다른 분들의 다양한 노력이 분명 틈을 만들 거라 믿고 싶다. 변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계기가 필요하고, 이 책은 그런 귀한 기회를 제공할 지도 모른다.
김민형 교수의 라이브 강연을 들은 지인들도 있다. 나는 과문해서 여태 몰랐다. 한국의 수학교육은 수학이 아니다. 그저 수험과목일 뿐. 초등 5학년인 독자는 모두 다 이해할 순 없지만, 방정식 이야기가 재밌다고 한다. 재미란 호감을 만든다. 참 다행이다.
따라 읽고 따라 해보면 무척 신기하고 재밌어서 고정관념을 깨는 수학 사고 실험들이 많다. 예를 들러 평면이 입체가 되면 어떻게 거리가 달라지는지는 금방 확인 가능하다. 참고! 메르카토르 투영법.
나는 스토리텔링처럼 흐르는 설명 방식이 무척 좋았고 네컷 만화가 재밌었다. 다정하고 친절한 기획 의도가 느껴지는 표지도 좋다. 학생들 겁주는 용도로 수학이 오용되는 오래된 현상이 하루 빨리 멈출 수 있기를 바란다. 멋지고 귀한 책이다. 이제 영상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