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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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중 여름에 나이를 먹는지 이번 여름에도 뭔가 낮은 문턱을 하나 넘은 기분이다. 그러면서 20세기의 내 취향에 맞던 것들로 관심이 다시 돌아갔다. 딱히 자극적일 것도 없이 담담하고 차분한 만연체의 문장도 그래서 괜찮다.

 

20세기에 세미나에서 여러 번 만났던 미국의 자유주의 철학에 관한 텍스트를 한번 열어볼 법도한데, 그렇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때는 이해할만한 살아본 경험이 부족했고, 이후로는 자유를 주제삼아 오래 고민할 여지를 잃었다.

 

그래도 살다보니 자유가 아쉬운 상황들을 지겹도록 경험해보았다. 자유 대신 튼튼한 구속에 얽어매는 경우는 다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혼란은 그때부터 이어진 사유의 부족과 정리의 부재일 것이다.

 

단체로 호르몬 이상이 왔나 싶은 작품 속 인물들의 욕망도, 좀 더 일반적인 관계도, 좀 더 근원적인 필멸의 생도, 나의 죽음이라는 소멸과 가족과 지인들의 빈자리가 남긴 허망함도, 제각각의 형태로 구속력을 가진다.

 

세상에는 자기가 믿는 것에 실제로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누군가는 할 만큼 시달렸다 싶은 순간부터 새로운 자유를 찾아 탈출하거나 뭔가를 극적으로 변화시키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빠져나오지 않은 채로도 일신의 자유를 확보하는 요령을 터득하기도 한다.

 

내가 주워 모든 삶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거의 다 환영이었다. 화도 나고 실망도 했지만, 이젠 그런 빛나는 감정은 일어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공황 발작에 가까워지던 불안도 가라앉은 듯하다. 체력이 떨어지고 감각이 약화되어 공짜로 얻은 평화와 자유 같기도 하다.

 

운이 나빠 더 일찍 죽었다면 이런 시간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의도와 계획은 목적에 다다르기보다 뜻밖의 사건을 자주 야기했다. 이도저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새롭게 구속된 무기력의 증상이 아니냐고 친구는 걱정하지만.

 

작품 속 사람들의 욕망이 여름의 한창 때처럼 느껴졌다. 여름에 요란한 생명 활동을 일일이 판단할 필요가 없듯이, 욕망에 이끌려 사는 시간이 그저 일상으로 읽혔다. 주어진 시간을 통과할 밖에, 뭐 별다른 방법이 뾰족한 해법이 있을까.

 

욕망, 관계, 비극, 불행... 무엇이건 통과한 이도 통과하지 못한 이도 제 나름의 의미를 깨달을 것이다. 살아보았다는 것은 모두 용기이다. 자유는 그 이후에도 삶을 이어나가겠다는 선택과 결심을 반기며, 표지판처럼, 포장도로처럼, 새 신발처럼... 마중 나와 있을 지도.



 

! 오프라 쇼에 출연한 작가의 독자와의 만남영상을 보았는데, 강철북클럽 라방이 훠얼씬~ 더 재미날 듯. 편애도 자유~

 

http://www.oprah.com/oprahshow/After-the-Show-with-Jonathan-Franzen-and-Freedom-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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