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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건 피곤하지만 그래도 오늘이 좋아 - 매일 후회하며 땅을 파는 내향인의 기특한 세상살이법
서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22년 8월
평점 :
교정지를 읽고 출간본을 받으니 애틋한 기분이다. 일요일 오후엔 으레 그렇듯 사는 게 피곤하게 느껴지니 제목이 더 반갑다. 환절기라서 머리칼도 쑹덩 빠지고 몸에 힘이 잘 안 들어가고 운동보단 좀 쉬운 체력 키우기 방법 없나 찾고 싶은 심정도 들고.
금요일 저녁에 무척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이었는데, 주말은 늘 후딱 지나간다. 그래도 오전 느긋한 산책은 좋았고, 8월이지만 이젠 가을이 완연한 풍경도 반갑고 두려웠다. 최소한의 외향성으로 사회생활하고 내향성은 더 다독이며 에너지를 아껴야지.
새로운 내용에 의식적으로 집중해보려 노력하며 읽었다. 단 며칠간이라도 나는 다른 존재이고 상황은 달라졌고 어쨌든 재독이란 첫 독서에서는 알아보지 못한 내용을 찾는 재미가 있으니까. 올 해는 힘겹던 생각들을 상당히 많이 버렸다. 과한 기대도 희망도. 가벼운 가을이다.
“'좋아함'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액체마다 끓는점이 다르듯이 누군가는 100도에서 펄펄 끓는 마음으로, 누군가는 36도에서 적당히 끓는 마음으로 뭔가를 좋아할 수 있다. 그저 마음이 끓는 온도가 각자 다른 것일 뿐.”
사람마다도 다르고 연령에 따라서도 다르고, 다 다르고 늘 다르다. 그래서 취향이라는 좋은 표현이 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내 취향을 강요하지도 말고, 남의 것을 따라하지도 말고, 패거리를 짓지도 말고, 억지를 부리지도 말자. 그저 좋은 것을 좋아하자. 사람이건 무엇이건.
이 책의 저자가 나와는 다른 세대이지만, 내가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때론 낯설어하는 것처럼, 내향성과 외향성 또한 공존하고 차지하는 면적을 달리하면서 한 사람 내부에서도 변화할 것이다. 닮은 점들을 찾을 때마가 신기하고 반가웠다. 독서의 큰 기쁨이다.
만난 적 없는, 모르는 타인들이 다른 삶을 살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그 시간을 통과하고, 자신을 추스른 후 타인도 위로하고, 그런 이들이 함께 산다는 것을 아는 일은 큰 위로이다. 억울한 일도 기쁜 일도 공감해 줄 동료가 있다는 든든한 기분이다.
“목적지가 서울이든, 부산, 대구, 대전이든 어딘가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걷는 수밖에 없다. (...) 그나마 이 길 끝에 반드시 서울이 나올 거란 희망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 길도 울퉁불퉁한 와중에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순간도 많았다.”
일단 걷기로 한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 길이 울퉁불퉁하고 표지판도 없었다는 얘기에 안타깝다. 나는... 대체로 제한속도로 달릴 수 있는 길을 큰 사고 없이 지나온 것 같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데 내가 옆길이 궁금해서 멈추거나 두리번거린 일들은 있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글은 매력적이다. 간혹 그래 보이는 이들이 없지는 않지만, 누군들 원칙과 철학에 따라 한 번의 휘청거림도 후회도 없이 산 사람이 뭐 그렇게 많을까. 오래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나름의 위로와 응원을 건네고 싶다.
생각이 많아서 타이밍이 중요한 기회를 놓친 것이 결과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대신 출간을 하신 게 아닌가? 작가는 실패해도 글로 쓰면 된다는 부러운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다. 자기 의심은 누구나 하니 맹신하지 말자!
자신이 ‘너무’ 내향인이라서 후회가 많은 분들이 더 공감할 글이지만, 언급했듯이 100% 한쪽 성향만 있는 이들은 없고, 성향과 무관하게 실패를 맛보고 산다. ‘나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고 싶은 이들, 그러기 위해 조금 더 용기가 필요한 분들과 나눌 이야기도 많은 글이다.
피곤해도, 우물쭈물하는 나도, 나쁘지만은 않다.
오늘도 충분히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