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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 ABLE - 1,200억 투자가의 마인드
김현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평점 :
인간이 제 스스로의 믿음만큼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다면, 지구 자산을 투자하는 순위가 달라졌을 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것들에 사회적 자본을 집중해서 사용하여 최소한의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호기심과 즐거움과 기쁨과 행복을 돕는 기타 등등의 인간 행위들에도 분배를 했을 것이다.
그 대신 총체적인 비합리와 불통과 무지와 과욕과 탐욕과 기타 등등의 온갖 추악한 동기로 파괴와 살육을 일삼는 분야에 남은 자산을 여전히 쏟아 붓는 중이다. 무슨 희망과 기대가 있어 이런 불평을 하는 건 아니다. 기후학자들이 인류 멸종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해서 오히려 편안해졌고, 그래도 사는 동안 조금이라도 나은 선택을 이어가보기로 한다.
경제란 인류에게 필요한 자원을 어떻게 나누는가의 문제로 생겨난 사유인데, 그런 윤리학적이고 영민한 초기의 목적은 유물이 된 지 오래다. 통속과 탐욕과 돈놀이와 돈벌이와 틈을 벌리고 자행되는 범죄로 무척이나 추악한 단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란 생존의 바탕이고 사회운영의 기초이다. 경제활동은 벌고 쓰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 참여의 한 방법이다. 특히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경제활동을 통한 실천은 중요하다.
흔하게는 북펀딩부터 비상장주식을 구입하는 것, 동의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기업, 정책, 선거 등등 수많은 분야에서 투자로 운용되는 경제활동은 짐작보다 많다. 일일이 찾으려면 수고스럽지만 관심을 가지면 자주 눈에 띄기도 할 것이다.
그런 투자의 일환으로 지인들과 가치투자를 한 여러 종목들이 뚜렷한 이익을 내지 않는다. 내게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아쉬움과 잘 되길 바라는 기업이 주춤하는 것이 동시에 안타깝다. 일괄 매수하라는 조언도 있지만, 애초에 대단한 금액이 아니라 응원하는 심정으로 보유 중이다.
노동소득이 줄어드는 노후와 - 충분히 오래 살 수 있다면 - 기타 등등의 예비비로서 수익이 꾸준히 발생하면 더 좋겠는데, 하락장을 방어할 재빠른 태세전환이 없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될지 이것저것 근심이다. 무려 워렌 버핏의 조안을 따랐음에도.
“적당한 기업을 좋은 가격에 투자하지 말고,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투자하라.”
늘 그랬지만 앞으로의 시간은 더욱 거대한 불확실성의 시대일 것만 같다.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 기회였을 지도 모를 시간을 전쟁으로 다 소모시키고 퇴행시키는 현실이 원망스럽다. 당연히, 금리도, 주식 시장도 경제도 불확실성에 영향을 매 순간 받을 것이다. 가장 현명한 제안은 이 책에 나와 있다. 내 선택이 남았을 뿐.
“가장 좋은 방법은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주식을 최대한 많이 팔아버리면 문제가 해결된다. 팔아버린 주식은 금리와 주식시장이 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다시 사도 늦지 않다. (...) 이것이 긴축 발작의 정체다.”
저자께서 방송 출연도 하였다니 책과 더불어 영상 자료를 찾아봐도 좋겠다. 아주 겸손한 태도로 구체적인 사례를 설명하는 차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