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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평점 :
8월 4일부터 한국에서,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비비안 마이어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가능하면 전시를 먼저 보고 책을 펼치려 했는데,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 소소한 일상은 번다한 일이 많고 체력은 생각보다 고갈 속도가 빠르다.
https://m.booking.naver.com/booking/5/bizes/715555
작년 가을에 친구가 파리 Musée du Luxembourg에서 비비안 마이어 전시 중이라고 다녀왔다고 한 소식이 기억난다. 전시 끝까지 걷고 나니, 엉뚱하고 수줍고, 보이는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진 시선을 느껴서 친구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가을이 되면 나도 꼭 만나러 가야겠다.
https://museeduluxembourg.fr/en
이 멋진 책은 충분한 분량으로 인해 전기와 도록의 요소를 모두 갖췄다. 현재 번역 출간된 비비안 마이어 관련 책들 중 단 한권을 읽겠다는 모두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미출간 사진 포함 작품이 400여 점이니 소장의 가치도 차고 넘친다.
수식어가 없는 제목도 좋다. 불행과 성취를 대비시키는 통속적인 전기 말고, 예술가로서 그를 잘 소개해주는 책이다. 꾸준하게 덤덤하게 힘들어도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며 원하는 자기의 삶을 확보한 단단한 사람이다.
여행을 가면 도착한 곳의 일상 거리를 거주민들에 섞여 천천히 걷는 일을 가장 좋아한다. 그가 거리의 사진을 찍어서, 내가 모르는 20세기 거리를 걸어볼 수 있었다. 15만 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니 얼마나 많이 오래 걸어 다녔을까.
예술가에 대한 서사가 있고도 없어서, 서로 모순적이라 어느 것도 신뢰할 수 없어서, 예술가가 작품으로만 남을 수 있는 것도 멋지다. 나는 그가 외로웠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대개 인간을 외롭게 하는 건 사랑하고 신뢰한다고 믿는 타인들이니까.
저자 앤 마크스를 추동한 동력도 신비롭다.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영화가 계기였다고 해도, 책을 집필하는 일까지 나아가는 건 또 다른 일이다. 그가 남긴 자료는 무려 8톤, 14만장에 이르는 아카이브... 때로 지극한 애정은 치밀한 연구와 끈질긴 추적이라는 행위로도 표현된다.
“인생이 비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죠. 하지만 아니에요. 인생은 희극이에요. 그냥 웃으면 돼요.”
살기 위해 글을 쓰는 이도 있고 사진을 찍는 이도 있다. 본질적으로 다른 행위가 아니다.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절연 밖에 없었던 환경, 경제적 독립을 위해 여러 집을 전전하는 보모 일, 카메라는 살기 위한 도구였다.
버지니아 울프의 확언대로 여성이 글을 쓰려면 소득과 방이 필요한 것처럼, 이모할머니의 유산을 정리한 후, 비비안 마이어는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전의 삶을 잘 견뎌낸 보상처럼 쉴 새 없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보이는 아름다움을 담았다.
“비비안의 카메라는 세상을 향하는 문을 열어, 사회생활이 서툰 이 사진작가를 전 세계, 수천 명에 달하는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사람들에게 연결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