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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철학의 공간 우리 궁궐 - 탐방의 재미를 더하는 궁궐건축에 숨은 이야기
권오만 지음 / 밥북 / 2022년 7월
평점 :
역사서도 읽고, 강좌도 듣고, 관련 자료도 읽고... 뭔가 하긴 한 것 같은데 잊어 버린 건 다 무효다. 그러면 다시 공부하면 된다. 운이 좋으면 기억이 되돌아오기도 하고, 안 돌아와도 새롭게 채우면 된다.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배우는 일은 즐겁다. 더구나 나라를 새롭게 새운 이들의 꿈과 철학이 가득 담긴 서사는 묵직하고 압도적이고 애틋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 사람들은 다 사라지고 건물만 남아 관광지가 된 것이 서럽기도 하다.
몇 번이나 더 배워야 잘 정리되고 오래 남을지 모르나, 이번에도 무척 반갑고 즐겁게 열심히 배웠다. 책이 고압적이지 않고 친절해서 마음이 편했다. 텍스트로 하는 탐방? 박석과 장식물도 놓치지 않는 세심한 설명들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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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를 새롭게 세우고, 당시로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임금이지만 주변 자연과 환경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디자인이 기존 환경을 따라 유연하게 설계된 점이 우아하다. 그런 태도는 건축물만이 아니라 세상과 사람들 대하는 태도에도 반영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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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건축물이 철학을 따랐다면 점차 기능과 유행을 따르다가 이제는 미적 가치는 완전 상실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파트... 어디에서 디자이너의 자부심이 느껴지나. 브랜드가 곧 나를 말해주는 정체성인가.
돌아가신 할머니 물건 중에 자그마한 협탁狹卓이 결국 내게로 왔다. 할머니처럼 보여 소중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물건 자체의 아름다움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상품을 팔려고 만든 게 아니다. 주문을 받은 물건이지만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의 손길이 한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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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 싸구려 일회용... 편하긴 했지만 그래서 결국 제가 버린 쓰레기를 마시고 먹고 산다. 다 먹어 치울 수도 없어서 곧 죽을 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린 것은 철학과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다. 너무 안타까워서 배가 아플 지경...
다시 길을 찾아 궁궐로 돌아온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전란이 많았던 땅에서 건축물이 남았다는 건 - 원형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 참 다행한 일이다. 분명 사랑받고도 있다. 궁궐이라는 건물과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추억을 가득 만들었다.
나는 굴욕의 역사였던 창경원의 기억도 있다. 사진도 남아 있다. 어릴 적엔 내가 좋아한 코끼리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슬프기도 했지만, 궁궐 내에서 얼리던 전시회들에 아주 많이 행복했다. 모든 계절의 풍경이 기억난다. 함께한 친구들도 모두, 그립게.
너무 손쉬운 산책 공간처럼만 여기지 말고 다시 한 번 원래의 기능과 철학을 짚어 가는 공부가 무척 유익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사람들이 만든 현실화되고 물질화된 철학. 여전히 곁에 있어 고맙고 귀한 아름다운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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