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팝의 고고학 1970 - 절정과 분화 한국 팝의 고고학
신현준.최지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팝의 고고학이 시리즈로 2000년 전까지 출간되었단 소식을 듣고 야심찬 프로젝트를 결심했다. 1960년대부터 순서대로 다 읽고 배워서 통시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한국 팝 역사에 대해 총괄적인 지식을 획득하리라.

 

시작은 계획대로 1960년대부터 시작했고, 거의 아는 바가 없는 시기와 음악의 시절이라서, 소설처럼도 느끼며 재밌게 읽었다. 그래도 경험이 전무한 대상들이 대부분이라 무언가 내 것을 끄집어 낼 수 없어서 얄팍하게 텍스트를 공부하는 수준이 머물렀다.

 

1970년대라해도 태어나기만 한 때라서 음악을 진지하게 듣고 감상하고 추억을 만든 건 아니다. 하지만 1970년대 밴드와 가수들의 활동이 이후로도 이어지고, 그들의 서사가 나의 성장기와 청년기에 영향을 미쳤다.

 

내가 몰랐던 것은 배경이 되는 시대, 가요계의 풍경이라서, 그 부분을 채워나가는 기분으로 역시 공부하듯 탐독했다. 대학가요제도 기억나고, 피아노 연주로도 무척 좋아했던 산울림의 음악에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졌다. 대책 없이 십 대처럼.

 

“‘1976년 이후 팝 혁명의 생존자들은 엘리트의 민족문화에 대해 흡수·협상·저항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문화 쇄신의 시도를 계속했다. 때로는 지배문화의 헤게모니에 흡수되어 가요의 하나(방송 연예’)로 정착하기도 하고, 때로는 협상을 통해 나름의 영토(이른바 언더그라운드’)를 확보하기도 하고 (...)”

 

산울림은 한 시대를 풍미한 대중적 아이콘이라기에는 전위적이고 컬트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 아니 벌써에서 밝은 날을 기다리는 () 정다운 눈길 거리에 찼네라는 가사는 마치 관제 건전 가요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일종의 반어법이자 패러디였다는 것을 대중들이 알아차리기는 힘들었다.”

 

김민기 선생님과 조동진님의 이야기는 청년기의 불안하고 갈등과 대립이 많고 날카롭던 한 시절을 떠올리게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노래가 있어 깊은 호흡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룹사운드 1.5세대이자 포크 1세대에 속하는 조동진이다. (...) 조동진의 음악만큼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의 상황을 적절하게 대변한 음악은 없을 것이다. 조동진의 음악은 사분오열되어 있던 포크의 잔존 세력을 모아서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라고 부르는 음악의 나침(羅針)이 되었다.”

 

음악이란 태생적으로 시대와 사람들의 갖가지 감정이 섞여 들어간 도가니 속에서 태어난 결정체로서의 분위기를 가진다. 음악이 흐르듯 시간도 흐르고 한번 뿐인 삶도 대책없이 흘렀다. 멈출 수도 늦출 수도 없다. 조금 눈물이 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