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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중성미자를 찾아서
박인규 지음 / 계단 / 2022년 6월
평점 :
오래 안 보던 뉴스기사를 훑고 나니...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어려워진다. 이래서 외면하고 살려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면 좋기라도 하지, 뉴스 본 날이 가관이다. 오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앞으로 더할 테지.
이런 날 어쨌든 재택 퇴근하고 읽기로 한 과학책을 집어 든다. 좋아하는 물리학, 성적도 가장 좋았던 입자물리학이다. 2000...몇 년인가 귀국해서 친구 만난 날,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이후로 잊고 살았다... ‘중성미자’님!
오늘처럼 울화가 치밀 때 중성미자를 만나는 일은 바람직하다. 무척 신비로운 존재이고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도 안 하지만 없으면 지구는 대폭발하고 당연히 인간도 사라진다. 이런 엄청난 존재에게 접근하는 존재가 없어 내내 ‘반쪽’으로 살고 왼쪽 한 방향으로만 회전한다.
중성미자에 진심인 박인규 물리학자/저자께서 노래도 만드셨다. 역시 미자보러 오길 잘했다. 정신 집중 치료 중...
https://youtu.be/VHIyGfcm7ZE
“중성미자가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과 발견까지의 과정, 2002년과 2015년 노벨상 수상과 관련된 업적 이야기,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진행될 중요한 실험 몇 가지를 핵심만 뽑아 독자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20세기 내가 대학 다닐 때는 ‘렙톤lepton’*까지만 배웠다. 그러다 21세기에 힉스 입자를 발견하고 힉스&중성미자로 노벨상이 두 번 수여된다. 그러니 과학 잡지 말고 책으로 정식으로 배워보는 건 처음이다.
* 렙톤(lepton)은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따르면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입자로서 강력이 작용하지 않고 스핀이 ½인 페르미온(fermion)이다. 경입자라고도 한다.
“물리학자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발표된 실험 결과들을 정리해 보면 베타붕괴에서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론값과 실험값의 커다란 차이. 물리학자들은 이를 ‘문제Problem’라고 부른다. 태양 중성미자 문제(Solar Neutrino Problem)는 바로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주 전 공간에 가득찬 입자가 ‘초당 100조 개’ - 100개 아니고 - 씩 우리 몸을 뚫고 지나간다니... 상상 속에서 나는 바람에 씻기듯 기분이 좋아진다. 추악한 것 없는 아름답고 정교하고 신비로운 세상... 그나저나 ‘개체’란 정말 빈 공간 투성이!
“핵 속에는 양성자와 전자가 결합된 상태가 아니라, 양성자와 질량은 같고 전하가 중성인 새로운 입자가 존재할 것이란 생각이 퍼져 있었다. 그리고 파울리는 베타붕괴 때 전자와 함께 동반하여 발생하는 가상의 중성 입자를 중성자라 불렀던 것이다.”
그냥(?) 읽기만 하면, 중성미자의 역사, 표준모형에 대한 설명, 검출기 발명, 중성미자와 천문학의 새로운 도약, 중성미자 발생 과정, 관련 과학자들, 베타붕괴 - 중성미자 존재 최초 예측, 빠질 수 없는 힘들 - 약력, 중력, 전자기력 등등까지 다 알려 준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힘은 중력과 전자기력 딱 두 가지뿐이다. 전자기력은 양성자와 전자를 서로 떨어지지 않게 붙들어 원자를 만들고, 그들을 결합시켜 분자를 만들고, 더 나아가 물질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중력은 그런 물질을 모아 행성을 만들고, 태양계를 만들고, 은하계를 만든다. 우리 눈에 보이는 대 자연의 모습은 이 두 가지 힘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무척 재미있는, 수식들이 가득하지 ‘않은’ 드문 물리학 책이다. 미워하고 욕하고 화내기 전에 이만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