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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헤엄치는 법 - 이연 그림 에세이
이연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크리에이터creator’라는 직업이 소위 천직인 듯 풍성한 창작활동을 하시는 분이라 먼저... 한참을 놀랐다. 퇴사 후 ‘가장 어둡고 찬란했던 1년’을 경험한 것이 그림과 에세이로 실물화되었다니, 논문 한편 쓰려고 책을 너무 많이 읽는다고 나를 놀리던 옛 친구들 말이 맞구나 싶다.
“삶에는 항상 정해진 트랙이 있었다. (...) 더불어 거기에 적당한 커트라인이 있는데 다치는 줄도 모르고 애써 맞추며 살았다.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숨을 몰아쉬면서, 원치 않는 삶을 살면서.”
퇴사도 대단한 결단이지만, 이후의 시간을 숨거나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으리라 짐작해본다. 이런 ‘젊은이’의 이야기를 들으면 비겁하고 겁이 많은 늙은이인 내가 쓸데없이 미래 걱정을 한다는 행복한 자괴감이 든다. 사유도 태도도 나는 따라 하기 벅차게 멋지다.
“삶의 트랙으로부터 도망쳤다. (...) 발자국이 없는 길을 걷는 삶. 근사하고 조심스러운 기분. 이 길 위에서 처음으로 발견하게 된 것은 구겨지지 않은 나였다. (...) 생각보다 초라하지 않고 꽤 반듯하다.”
하고 싶지만 아직도 못하는 일, ‘나에게 소속된 나로 살아가는 일’... 그걸 해낸 분이라 조금은 당황했고 많이 부러웠다. ‘젊어서, 세상 무서운 줄 몰라서, 기타 등등’의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그저 부럽고 이미 자신의 궤도를 찾으셨지만 그래도 힘껏 응원하고자 한다.
북토크에 참여한 분의 글에 유쾌한 내용이 있어서 신나게 웃었다. 눈치 없는 사람들의 무례한 질문에 잘 둘러대고 살짝 숨는 법! 에너지도 시간도 낭비할 필요 없이 이런 이들은 그냥 재빨리 피하라는 제안에 동감한다. 그래야 하고 싶은 일을 할 힘이 남게 되니까.
어쩌다 물려줄 것이 기후비상, 가난, 위기, 차별, 혐오, 빈부격차, 전쟁, 부정의, 불공정, 불평등, 그나마 있던 법률 퇴행, 디지털 범죄, 눈먼 자본주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되었을까.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세상이 씌운 껍데기를 버리고 바위틈에서 진정한 자신을 탐색하려는 이들이 분명 여럿 있을 거라는...”
부디 나이 많은 이들이 전하는 충고를 새겨듣지 말기를, 새겨들을 만한 것이 있더라도 듣지 말기를, 나는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기를 응원하며 만나보았다. 민망하지만... 내일부터 다시 생존 수영을 재개하는 나도... 새롭게 자세를 배워볼까 하여 찬찬히 다 보았다. 🌊💙🤍🙇♀️
“숨이 찰 때는 산소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이산화탄소가 몸 속에 많은 거니 도리어 내뱉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