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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문장 초등 자기주도 글쓰기의 힘
송재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평점 :
내가 어떻게 한국어를 배웠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아이가 언어를 익히는 과정을 보면서 비슷했으리라 짐작만 해본다. 말하기가 한결 편해진 후에는 글쓰기가 도전적인 어려움이었다. 낯선 그림 같았을 것이니 원리를 이해하기 전엔 자모가 뒤집히기도 했다. 재밌고 귀여웠지만 본인은 힘들었을 것이다.
가족들에게 편지도 재밌게 쓰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듯했지만, 초등 입학 후에는 태도가 달라졌다. 받아쓰기 시험이 존재했고 한 문제라도 틀리면 스트레스를 받았고, 숙제로 해야 하는 일기쓰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싫은 건 괴로운 법이다. 절대 비밀이라고 해서 내용은 물론 맞춤법도 도울 기회는 없었다. 어느새 초등 5학년이고, 이제는 단문이나 몇 줄 일기보다 문해력과 자신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더 염려하게 되었다.
“절대 하루아침에 효과를 볼 수 없는 것이 글쓰기이기 때문에 글쓰기에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시(詩)작을 좋아하던 큰 아이도 초등 고학년이 되자 흥미를 잃었고, 독후감 대회를 권해보긴 하지만 글쓰기 연습을 제대로 하는 일도 책과 글을 좋아하는 일은 권유도 도움도 쉽지 않다. 학교 도서관에서 자신이 고른 책을 내게도 자랑스럽게 신나게 권하던 모습이 그립다.
“독후감 대회나 백일장 등에서 (...)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모든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지 않는다. (...) 처음 몇 줄을 읽어보면 내용이 뻔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심지어 직업으로서 글을 쓰는 작가들도 책이 더 편하게 읽히고 글이 더 잘 써지는 장소들이 따로 있다. 어린이들도 그럴 것이다. 그나마 전염병으로 집 말고는 어디든 마음 편히 머물 수가 없으니 그리 다양한 시도도 못해봤다.
베이커리나 카페는 너무(?)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쏠려서 즐겁게 먹고 대화를 나누는 것까진 좋은데 집중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에는 맞춤하진 않다. 독서와 글쓰기란 혼자 몰입하는 작업이라는 것만 절감했다.
그럴 땐 책이 적당한 거리감과 단정한 가이드로 도움이 된다. 저자가 초등교사이며, 초등 국어 교육 과저에서 ‘쓰기’ 영역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학생들이 배우지 못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니 보충교재라 할 만하다.
초등교육에서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 경험을 하는 것은 맞으나, 정작 글쓰기 교육에는 교육 과정도 교사도 부모도 학생도 관심이 없다는 현실을 지적한다. 학년별 가이드가 있으니 찾아서 집중적으로 보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5-6학년 글쓰기는
- 목적이나 주제에 따라 알맞은 내용과 매체를 선정하여
- 목적이나 대상에 따라 알맞은 형식과 자료를 사용하여 설명하는
- 적절한 근거와 알맞은 표현을 사용하여 주장하는
- 체험한 일에 대한 감상이 드러나게
쓰는 것이라니, 나는 이런 글을 쓸 수 있나 잠시 반성해보았다.
“어른의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 (...) 아이들의 기질이나 언어능력에 따라 쓰고 싶어하는 분야도 다르고 잘 쓰는 분야도 다르다. (...) 아이들의 발달 단계상 아직 논리적 글쓰기가 안 되기 때문이다. (...) 아이들의 글쓰기 작품에 대해 함부로 폄하하거나 훼손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