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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좋아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이지만, 읽어 보니 전형적인 미스터리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인간 심리에 깊이 닿아있는 반성의 문학 같다. 원제를 찾아보니 고해(告解)이다. ‘도망자’라는 단어도 무척 중요하고 고백도 맞는 동시에, ‘고해’가 전하는 메시지도 분명 있다고 느낀다.
이제는 중요하게 언급되지도 않는 건가 싶은 진실, 양심, 진심... 그리고 고통과 비극은 사회 구조의 문제 해결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저자의 관점이 느껴진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처벌을 받으면 피해자의 억울함은 매번 다 해소된 것인가.
음주운전과 뺑소니는 법감정으로만 보자면 가중처벌을 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이나, 면허가 있으면 살인이 아니다. 담당 변호사가 아니라면, 가해자의 서사는 언론에서 보도하고 시청자들이 이해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지라 도입을 읽으면서 설정에 좀 당황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합리화를 한다. 생존과 보존의 능력이므로 아주 재빠르게 이루어지고, 그럴 경우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속죄가 어렵다. 하는 척 할 수는 있을 것이며, 목격자나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는 다른 증거가 없다면 진실은 왜곡될 수 있다.
물론 저자가 그런 최악의 최저질의 가해자나 상황에서의 가해자 심리를 다루고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무척 심층적인 수준에서 질문을 던진다. 양형 이외에 더 속죄할 것은 없냐고. 다시 사회와 삶으로 돌아올 만큼 충분히 속죄한 것이 맞냐고.
일견 법이 적용되는 사건의 대상은 가해자와 피해자, 두 명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도 이 책에서도 더 많은 피해 상황이 발생한다. 가해자나 피해자의 가족이나 주변인의 삶이 망가지기도 하고, 더러는 목숨을 끊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미리 떠올릴 수 있다면 애초에 음주운전과 뺑소니라는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테지만! 자신마저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도망, 회피가 시간에 따라 흐릿해지지 않고, 갈등과 괴로움과 절망으로 돌아오는 일이 현실에서도 불가능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책의 전개 순서처럼 사건의 가해자들은 사건 직후가 아니라, 형을 다 치른 이후에 비로소 자신이 한 일과 죄와 상대에게 입힌 피해를 비로소 절감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외면하고 부정하고 잊으려는 노력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미스터리나 스릴러가 아님에도 무척 긴장되고 불안한 순간들이 없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비난 받고, 고립되고, 망가지고, 분노하고, 절망한 이들이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여지가 없지도 않으니까. 아슬아슬함을 잘 살려서 끌로 나가는 전개가 작품을 한층 흥미롭게 한다. 사연이 밝혀지면서 깊은 슬픔도 느꼈다. 아쉽지만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감상과 의견만 기록한다.
당부!
음주운전하지 맙시다.
운전자는 밖에서 술을 마시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맛보았다면 운전하지 맙시다.
없으면 가장 좋을 일이지만, 살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책임집시다.
실수라고 운이 나빴다고 변명하지 맙시다. 행동의 대가가 누군가의 목숨이라면, 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