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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을 관리하면 당신도 잘 살 수 있습니다 - 눈뜨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들이 곁에 두고 읽어야 할 우울증・기분장애 관리 가이드
수전 J. 누난 지음, 류초롱 옮김, 양용준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7월
평점 :
명상과 수행을 통해 시난고난한 삶의 희로애락으로부터 해탈한 분이 아니라면, ‘기분’으로 표현되는 여러 감정적 굴곡을 겪으며 살 것이라 짐작한다. 문제는 등락의 폭일 수도 있고, 특정한 감정적 반응만 강렬해서 주의하며 관리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인정과 더불어 일상과 삶을 힘들게 하고 혼자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노력하는 것으로는 힘든 경우가 되면, 꼭 도움을 청하기를 바란다. 가능하면 무속이나 비법이 아닌 국가공인자격증을 갖춘 의료진을 찾아가면 좋겠다.
어느새 꽤 오래전 일이 되었지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복약도 해보았다. 환경적 요소가 강하다고 판단해서 가능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내내 살아왔다. 해보니 삶에서 필요한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짐작보다 단출했다.
질병이 아닌 것도 병원 관리 내에 들어간 부분도 있다는, 현대 의학에서 너무 많은 것을 질환으로 취급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혼자서 힘이 드는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도움을 청할 곳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기분 장애도 그렇다.
안 그런 사람이 있나 싶게 너무 많다. 다들 전문가 수준으로 잘 알고 있다. 일상에서는 대개 ‘무력감’이나 ‘짜증’이나 ‘예민함’으로도 자주 표현된다. 원인은 유전적이거나 환경적이며, 발현이 되거나 되지 않거나 한다.
약이 필요하고 관리가 잘 된다고 효과를 본다면 복약을 하는 것이 절대 나쁘지 않다. 예전 나의 복약 경험은 너무 정신이 멍해지고 둔해지는 느낌이라서 거부하고 싶은 심정이 아주 컸다. 그래서 대신 루틴을 촘촘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해 노력했다.
특별한 루틴이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대신 안 지키거나 무너지면 타격이 적지 않다. 규칙적인 식습관, 양질의 식사,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적절한 사회적 관계 유지, 단! 끊어내야 할 것을 단호하게 끊고 정리하기. 많이 힘들면 의사와 상담하고 약물 치료도 거부하지 말 것.
관리와 대응과 치료법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다. 그러니 정답이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 오답일뿐더러 해봐야 효과도 없다. 심하면 악화된다. 이 책은 워크북 가이드 형식이라 시본 생활을 관리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계획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든든해지고 불안이 가라앉는다.
번아웃, 만성피로는 없던 기분 장애도 발현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하다. 특히 타인을 돌보는 분들도 많이 걱정된다. 자신을 돌 볼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세하게 다 기억이 안 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나는 여러 경로로 하나씩 모았던 정보와 조언들이 말끔하게 책으로 정리된 듯해서 반갑고 부러웠다. 뭐든 해보고 도움을 청하고 가능하면 전문가와 정확한 지식정보를 의지하길 바란다.
‘잘 산다’라는 정의도 각자 다르겠지만, 무탈하고 평온한 일상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바람직한 현실이다. 그런 일상에서 지치지 않아야 남은 힘으로 다른 누군가를 도우며 더 안전하고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데도 종종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