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는 사람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하드SF는 장르에 충실했다, 라고 느낀다. 쉽지 않았다. 과학 전공자라고 과학 일반에 대해 수식과 법칙을 모두 이해하고, 그것들을 통해 상상까지 나아가기란 쉽지 않다. 내 능력은 못 미친다. 계산기를 한 손에 들고 있으라는 조언으로 해결될 것 같진 않다.

 

무척 전문적인 장르구나, 하는 것을 덕분에 배운다. 즐겁게 즐기는 하드SF 덕후 독자들에겐 무척이나 도전적이고 기쁠 작품일 듯하다. 다행히 연배가 있어서 배짱을 부리며 다 읽긴 했다. 뻔뻔한 성격도 한몫했다. 문학 작품의 이해는 독자인 내 몫이니까.

 

30년 전이면 전혀 이해 못할 구절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세상에 우주보다 더 황당한 존재는 없으니까. 우주에 대해 배울수록 배신감을 느낀다. 그저 우연이라고? 의식이 있는 인간이라는 원소의 결합체가 되어 갖가지 감정을 맛보며, 길지도 않은 생을 의문에 휩싸여 살아야 하는 운명이 잠시의 우연...

 

원인은 결과가 되고, 결과는 원인이 된다.”

 

그러니 이 정도의 문장은 아무 타격을 주지 못한다. 가장 궁금한 건, 왜 바다인가... 하는 점이었는데, 그건 내가 바다에 대해 아는 바가 적은 인간 종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류 전체가 사는 육지를 홀랑 뒤집어 빠트려도 티도 안 날 바다... 심해... 누가 사는지 모르는 장소.



 

바닷물 속에 둥둥 떠 있는 건 좋아하지만 그래봐야 얕은 근해일 뿐이다. 언제든 발이 닿을 육지로 돌아갈 수 있는 거리. 바다에 두 번 빠져 보았는데, 순식간에 물 밑이 검어졌다. 빛이 닿지 않는 곳에 떠 있다는 사실이 엄청나게 두려웠다.

 

세상은 넓고 영원하고 인간은 작고 어리석다. 그렇다고 해서, 아니 그렇기에 자기들의 행동이 전 세계에, 나아가 전 우주에 의미가 있는지 알 방법은 없다. 그들은 곧 카오스의 계곡을 넘어 <원뿔 세계>로 건너갈 것이다. 그걸로 목적이 달성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는커녕 여행의 종점은 아직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작품을 읽으며 경험한 모든 혼돈의 시간이 좋다. 삶에 있어 뭐 하나 완벽하게 명확한 것이 어디 있었던가. 그래도 인간인 우리는 이해 못할 모든 것을 서사로 만들 것이다. 스토리야말로 가장 실체적인 인류 문명의 근원이다.

 

시간은 모든 걸 밀어붙이지만, 시간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어. 시간의 흐름이 무서운 세계에서는 누구나 그걸 알지.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변하지. 변하지 않는 것을 추구해도 그건 공허한 일일 뿐. 변하지 않는 것에는 영원히 닿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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