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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와 생명에 관한 이야기
오이시 마나 지음, 후카이 아즈사 그림, 김한나 옮김 / 생각의집 / 2022년 6월
평점 :
저자 소개가 마음에 들면 책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도 커지고 읽기 전에도 호감이 간다. 보건학 전문가가, 자신의 출산을 통해 성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영유아 보호자를 위한 성교육 강좌를 시작한 것, 당시 현청에 근무하던 공무원이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몸’에 대한 금기나 고민이 변했고, 이는 의학 지식이 상식이 되면서 가능했다. 안전하고 정확한 정보를 통해 ‘몸’을 가진 존재로서 인간을 이해하는 교육도 확대되었다. 물론 2022년에 낙태금지라는 상상 밖의 퇴행을 목격하기도 하지만.
‘생리’를 주제로 하는 역사서가 있다면, 의학과 생리학에 대한 변화뿐만 아니라 차별과 혐오의 내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확한 명칭조차 쓰지 못하던, 쓰지 말라던 사회적 묵약이 불과 얼마 전이다. 마법이니 그날이니.
뉴스와 통계의 숫자들만 보면 성범죄가 만연한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올바른 성교육은 의무교육으로 상세 내용도 철저하게 검증되면 좋겠다. 교육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모르겠지만 정부 조직이나 공공 기관의 홈페이지나 책자에도 여전히 성차별적이고 잘못된 정보가 없지 않은 점이 걱정이 된다.
가족이나 양육자라 하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화의 계기를 만드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그런 주제들일수록 책이 적절한 도움을 준다. 스스로 책을 읽고 생각하고 배우고 난후,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면 답하는 방식이 좋다.
“놀리지 말고 존중해 주렴.”
처음부터 의학서처럼 정보량이 많고 문장이 건조한 책보다는 아무래도 그림책이 가독성도 이해도 높일 것이고, 심적 부담도 덜 할 것이다. 저자가 영유아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 강좌를 한 경험이 이 책에 무척 잘 반영되어 있다.
“반드시 아기를 낳아야만 하는 건 아니야.”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가 있어.”
“다양한 삶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길 바라.”
그림의 색감은 부드럽고 편안하다. 어린이나 초등학생이 독자라면 부담없이 권해줄 수 있는 반가운 책이다. 어른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알던 것들을 복기하고 스스로의 질문과 해답을 점검해보는 일은 필요하고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