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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7일
마지막 날,
책이 나보다 더 지쳐 보인다.
“나는 물체로서의 책도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상자이자 새이자 세상으로 난 문인 책은 여전히 마법처럼 느껴진다. 요즘도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어갈 때마다 내가 몹시 원하거나 필요한 무언가로 열리는 문을 막 넘어서는 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가끔은 정말로 그런 문이 나타난다. 그럴 때 나는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패턴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현실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될 뜻밖의 도구를 얻는다는 점에서, 말의 아름다움과 힘을 느낀다는 점에서 계시와 희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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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의미는 많이 달라진다.
아주 분명한 도구로서 만난 적도
지극한 애정의 대상으로 만난 적도 있다.
지금은... 현실에 없는 대피소.
세상이 ‘그냥’ 변하는 일이 없다는 걸 책을 통해서 먼저 배웠다.
배운 눈으로 세상을 보니 변한 세상을 유지하는 일도 그냥은 없었다.
방부제가 있으면 뿌리고 싶을 만큼 빨리 상하고 망가졌다.
원하는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노련한 구조대원이 되거나
또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리셋되어야 했다.
대단한 희생도 없었지만,
상상과 사유는 고단했고
근력이 부족해서 종종 구경도 힘겨웠다.
“페미니즘의 목표는 남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더 많이 포함시키는 것이다. 남성은 항상 배제되지 않았다. 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본주의적 희소성 개념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희망, 자신감, 정의 등 비물질적인 가치는 양이 무한하다. 누군가 더 누림에 의해 내 것을 빼앗길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 여성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줘도 남성이 누리는 것이 감소되는 것이 아니다. (...) 미국에서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유색인종 탓으로 돌리는 논리가 팽배해진다. 여성과 무관한 경제 불평등, 환경의 문제를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BWVG2cAl5U
<Sonora Jha & Rebecca Solnit — How To Raise A Feminist Boy & Recollections of My Nonexist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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