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 33가지 죽음 수업
데이비드 재럿 지음, 김율희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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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이웃분들 중에, 작년에 장기기증서약을 한 카드 사진을 나누고 올 해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을 서로 고백(?)한 분이 계신다. 연명의료결정법은 2018년 2월에 시행 결정되었고, 2019년 내가 등록할 당시 10만 명이 넘었으면, 작년에 100만 명이 넘었다고 들었다.



“위루관을 삽입한 환자 중 56퍼센트가 1개월 내에 사망 90퍼센트는 1년 이내 사망한다. (...) 생존율이 높아지거나 욕창이 줄어들거나 환자가 더 편안해진다는 증거도 없다.”


나 자신의 죽음을 생각할 때 막 즐겁고 기쁘고 그렇지 않다. 준비 과정에서 복잡한 맛을 혀에서 느끼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눈을 감고 잠시 내가 소멸된 세상을 상상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마음이 차가워지기도 한다.


“의료 서비스가 완벽하고 시민들의 품행이 바른 이상적인 사회라면 환자들은 자신에게 정확히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제공받을 것이다. (...) 아니라면 서로 포개지는 이 원들은 소비지상주의, (의로 전문가와 환자 양측의) 무지, 매출 강박 같은 수많은 힘에 의해 서로 멀어진다.”


우리 삶이 충분히 존엄하게 존중받는다고 생각지 않으니 존엄한 죽음이라는 것에도 씁쓸한 감정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준비는 하려고 한다. 매년 갱신해놓는 생전 유언장도 서약도 등록도 그래서 한다.


“수십 년이 넘도록 자연이 현대 의학의 도움과 지원을 받아 노인에게 퍼부을 수 있는 수많은 고통과 모욕을 목격해왔기에, 나의 생전 진술서와 생전 유언장을 작성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과 죽음이 가장 큰 문제인데, 다른 기술 말고... 사건 사고로 인한 죽음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고 그 외의 죽음을 대략이라도 예측해주는 기술이 있으면 좋겠다. 친구는 내가 관리강박증control freak이라서 그렇다고 하는데, 서프라이즈와 돌발을 싫어하는 건 분명하다. 사과도 감사도 인사도 하고 기타 등등 준비도 하고 적어도 죽기 전에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 목숨만 붙어 있는 삶은 나에게 아무런 매력이 없다. 나는 고통에 의미가 있다거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믿지 않는다. 이를 위해, 나는 내 삶의 마지막 시기가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유익을 위해 어떻게 관리되기를 바라는지 간단히 설명하겠다.”


완벽하게 떠나진 못할 것이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피할 수 없으니 부디 가능한 너무 슬프거나 너무 후회를 많이 남기거나 폐를 잔뜩 끼치거나... 하여튼 너무 볼썽사납지는 않기를 바란다.


“평균적인 삶도, 평균적인 죽음도 없으며, 따라서 다음에 생각할 것은 ‘최빈도’ 죽음이다. 가장 자주 발생하는 죽음을 뜻한다. 우리는 이런 죽음에 직면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영국의 상황이니 우리 상황과 맞지 않는 것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생각해볼 거리들은 많다.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지’ ‘안락사는 개개인이 자기 자신을 위해 결정할 권리의 문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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