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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인문학 이야기 - 비인간 인격체
민영목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코끼리 좋아하시나요? 어느새 아이들은 더 크고 종류도 많은 공룡들을 더 좋아하게 되었지만, 저는 어릴 적 코끼리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코끼리 그림책이 아직도 기억나고, 기억에 없는 창경궁 - 네, 창경궁에도 가본 나이입니다 - 사진을 보면 코끼리들과 찍은 사진들만 있습니다. 부모님께 물어보니 다른 곳에 가자면 울었다고 하네요.
코끼리는 무척 신기하게 생겼습니다. 코는 물론이고 귀도 얼굴도 다리도. 동요도 있지요. 코끼리 아저씨, 코끼리는 모계사회를 이루고 3대 이상이 무리지어 평생 같이 사는데 왜 아저씨가 등장했나 뒤늦게 생각해봅니다. 이런 수컷만 동물원에 잡혀 왔나요.
저자는 36년간, 60여 나라에서 1200여 마리 코끼리 미니어처를 수집했다고 합니다. 새삼스럽지만 코끼리는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살고 사랑받은 의외로(?) 친숙한 동물인가 합니다. 한반도에 공룡 발자국 화석들은 있지만, 코끼리 기록은 제가 알기로는 한 마리뿐입니다.
1411년 태종 11년, 코끼리가 일본 국왕의 ‘선물’로 경복궁에 들어옵니다. 이후 슬픈 이야기가 죽 이어집니다. 너무 많이 먹고, 사람을 죽이고, 지금의 순천 앞바다의 장도라는 섬으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 잠시 뭍으로 나왔다가 다시 너무 많이 먹고 또 사람을 죽이고 다시 섬으로 유배를 가지요. 뭔가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야생 코끼리는 매일 평균 300kg의 식물을 섭취하고 100L의 물을 마시며 50kg을 배설한다. (...) 40% 정도만 소화하고 엄청난 양을 배설한다. 이 배설물을 통해 다양한 씨앗들이 번식하게 된다. 조류들은 코끼리 배설물에서 먹이를 구하기도 한다.”
“많은 양의 물을 마셔야해서 이동 중에도 땅을 파서 물을 찾는데, 이 역시 다른 동물들의 식수가 된다.”
한반도의 코끼리들은 그리 행복한 삶을 산 것은 아닌 듯합니다. 저만 해도 동물원 코끼리와 다큐멘터리 코끼리 외에는 기억에 없으니까요. 저자는 이런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경험과 기록이 무척 아쉬웠나 봅니다. 그래서 오랜 세월 자료를 모아 공부하고 책을 출간하기에 이릅니다. ‘코끼리 인문학’이라는 새 분야 명칭도 직접 지었네요.
얼핏 보기에, 디즈니 이미지처럼 고정된 동물들이 많지만, 코끼리는 초식이면서도 성체가 되면 적수를 찾기 어려운 지상 최대, 최강의 존재입니다. 물론 비폭력적인 성향이 지배적이고, 무척 가족적이며, 모계사회를 단단하게 유지합니다.
놀랍게도 모임의 리더를 정할 때도 전투 없이 평화로운 승계를 합니다. 경험이 많고 지혜롭게 판단하고 이끌 존재가 필요하니 힘겨루기를 할 필요가 없겠지요. 인간으로서 낯이 잠시 뜨거워집니다.
육아도 함께 하고, 다른 무리의 새끼를 구하기도 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공감 능력도 뛰어나고, 협력하고, 사망 시에 추모도 합니다. 그 습성을 이용해 인간은 상아나 훔쳤지요. 부끄럽습니다.
저자가 ‘비인간 인격체’란 표현을 사용하는데, 인격은 인간에게만 어울리는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책을 읽을수록 절감합니다.
코끼리 인문학이라고 했지만, 코끼리의 생태와 역사에 대해서도 풍부한 자료를 통해 자세히 배울 수 있는 재밌고 독특한 자료이자 책입니다. 여행기처럼도 읽을 수 있는 무척 즐거운 독서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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