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에서 밝히는 차별과 예외를 파괴하는 의식의 고유성

내가 된다는 것 - 데이터, 사이보그,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의식을 탐험하다
아닐 세스 지음, 장혜인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의식’이란 무엇인가. 흔하게 쓰는 단어이다. 의식과 무의식. 의식이란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작용에 필수적이다. 의식 상태의 경험이 기억이고 그 내용이 당사자를 고유하게 존재하게 한다. 의식이 없는 상태란, 자신도 세상도 경험되지 않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다.

“행동이 없으면 지각도 소용이 없다. 우리는 주변 세상을 지각해 그 속에서 효과적으로 행동하고, 목표를 달성하고,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지 않고, 우리에게 유용한 방식으로 지각한다.”

20세기에는 찾아볼 자료도 별로 없었고 질문만 남았는데, 이제는 신경과학(뇌과학)의 핵심적인 연구주제와 질문이 되었다. 지도처럼 명쾌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 혹은 내가 못 본 걸지도 - 뇌과학자들의 연구 발표들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https://youtu.be/lyu7v7nWzfo

<Your brain hallucinates your conscious reality, Anil Seth>

https://youtu.be/xRel1JKOEbI

<The Neuroscience of Consciousness, Anil Seth>

다행히 저자의 테드 강연 자료가 있어서 관련 주제로 찾아볼 수 있었다. 발음과 주제 전달이 명쾌하기도 하지만 자막 기능 덕분에 뇌과학 어휘들을 정확히 알 수 있어 유용하다. 벌서 1300만 명이 들었다는데 번역 출간된 책 덕분에 좀 늦었지만 재밌게 배운다.

“의식의 신경 상관물 접근법의 큰 장점은 실질적인 연구 방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의식의 신경 상관물을 밝히려면 특정한 의식적 경험을 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 (...) 그다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fun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이나 뇌전도EEG, electroencephalography 같은 뇌영상 방법으로 두 상황의 뇌 활동을 비교한다.”

의식을 차근차근 가장 낮은 수준부터 연구하기 위해서는 최소 의식 상태에서 시작하는 수치들도 필요하다는 것이 아이러니 같기도 하고 말이 되기도 한다. 의식의 단계도 형태도 여러 가지임에는 분명하니까. 마취 상태, 혼수 상태, 수면, 꿈 등등.

“인간의 의식 수준을 측정하는 일은 누군가가 깨어 있거나 잠들어 있는지 판단하는 것과는 다르다. 의식(consciousness) 수준은 생리적 각성(wakefulness)과 다르다. 의식과 각성은 보통 높은 상관관계가 있지만 의식(인식)과 각성(깨어 있음)은 여러 방식으로 구분될 수 있고, 동일한 생물학적 근거를 따르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이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 몰라서, 도안을 역으로 하나하나 찾아가보는 방식으로 자신을 알아간다. 생물이지만 기계와 같은 구조 - 실은 인간이 생물을 본떠서 기계를 만들었다 - 의 수많은 뇌신경(뉴런)의 활동을 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의식적 경험’을 한다.

세포를 처음 보았을 때, 우주의 더 먼 곳을 더 넓게 볼 수 있었을 때, 자연의 프랙탈fractal* 구조를 비로소 알아차렸을 때, 아직 수학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세계는 인간의 상상 능력에 의해 우주와 정신세계로 확장되기도 한다. 정답을 몰라 잠시 더 즐거운 시절일 수도 있겠다.

* 공간의 차원이 자연수가 아닌 공간. 프랙탈이란 기하학적 개념은 망델브로Benoit Mandelbrot(1924–2010)가 1975년에 제안. 어원은 깨진 혹은 파편화된을 뜻하는 라틴어 프락투스(fractus).

이런 신기하고 재밌는 주제인 ‘의식’이 인간의 우월성의 표시거나 다른 동물을 차별하는 근거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만이 의식을 가지는 것도 아니며, 다른 동물이 보고 느끼고 의식하는 세계를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다. 비교의 대상이 되기에는 누구의 내면도 ‘고유’하지 않을까.

“의식과학, 그리고 그 일부인 동물기계 이론은 인간 예외주의의 마지막 보루, 즉 우리의 의식적 마음은 특수하다는 가정을 파괴하는 동시에 인간 예외주의가 자연의 넓은 패턴에 깊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