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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 내산 내집 - 월세부터 자가까지 39세 월급쟁이의 내 집 득템기
김옥진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6월
평점 :
모든 생명이 생존하려면 주거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주거는 인간의 기본권으로 정해졌어야 한다. 처음부터.
안타깝게도 권리가 법에 명시되기 전에 사유재산이 생기고 계급이 생겼고 2022년까지 그 구조를 바꿀 생각은 없어 보인다. 적어도 땅과 집은 투기금지목록에라도 확실히 등록되어 있다면 좋으련만. 주거공간 확보에 필요한 시간과 자본은 국가마다 다르다. 이 다른 정도가 해당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주거 안정,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는 수도권,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직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서울에서의 생활은 녹록치 않다.”
작은 면적, 많은 인구, 낮은 생산력, 역사적 경험 등등, 경쟁이 격화될 조건들은 차고 넘쳤다. 20-30대가 어떤 심정인지 나는 공감할 수 없다. 이해하려 노력할 뿐이다.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폭넓은 이해를 받았고, 졸업하면 어디든 취직이 가능했고, 몇 년 노력하면 적당한 주거 마련도 아직 가능한 시절을 살았으니까.
경제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일자리가 생기고, 역으로 확보된 일자리가 사람을 끌어온다.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니, 주거, 교육, 문화 기타 등등 삶에 필요한 인프라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늘어난다.
“땅이다. 집을 고를 때는 예쁜 인테리어가 아니라 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 지하철과 가까운지, 회사와 가까운지, 학교와 가까운지, 그 모든 것들의 중심엔 땅의 위치, 즉 ‘입지’가 있다.”
이런 쏠림 현상을 분석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게 분산하고 지원하는 것을 정책이라 하는데, 지방은 소멸 직전이고 수도권은 주거 문제로 지옥살이를 한다니, 정책이 부재했거나 정치가 부족했거나 둘 다이거나 알고도 단기 이익을 위해 눈 감은 대가이다.
이 책은 부동산 초심자가 4년 만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경험담을 담은 에세이인데, 왜 인간의 생존 조건이니, 기본권이니, 정책이니 하는 글을 쓰고 있냐면, 투자 비법과 부동산 재테크 기술을 기록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하고 발품 팔고 매물 살피고 부동산 정책이 마음 졸이고 대출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고생하고 세입자를 기한 내에 구하고... 그렇게 닥쳐오는 해치워야 할 일을 하면서 불안을 달래며 주거 ‘안정’과 심신 ‘안정’을 구한 아주 현실적인 에세이라서다.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 난 60만 원짜리 소파 하나로 1평의 공간을 날린 것이다. (...) 우리가 산 소파가 과연 땅의 가치에 맞는 물건이었을까?”
저자의 이력과 현재 근무처를 보면, “나도 십 년만 젊었으면...” 이런 상투적인 생각이 들고 그랬다면 따라해봤을까 싶은 마음의 동요가 생긴다. 물론 2014년과 지금의 상황은 또 다르다. 부동산 앱은... 1분도 보기 어렵다. ‘시세 차익’을 외계인이 다 거둬간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런 편중은 무엇 때문일까.
“난 나의 시행착오를 지인들이 반복하지 않기를 기원하지만 그 또한 공염불이 되는 거라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사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