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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ㅣ 문지아이들 170
이경혜 지음, 이은경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평점 :
책 읽는 고양이 꽁치는 성도 있다. 그것도 무려 글 서(書)!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이며, 이 가문에 속한다 해도 한 세대에 한 마리만 글을 읽을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단 꽁치의 성씨인 <書>가 적힌 집안의 가보를 봐야 읽는 능력이 발현된다.
한 세대에 혼자라면 이 특별한 능력이 반가울까.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책 읽는 능력이 꼭 좋은 건 아냐. 꽁치는 행운아지만 동시에 불운한 고양이일 수도 있어.”
나라면 무조건 좋은 능력이라 축하하겠지만, 생쥐가 눈앞을 지나가도 본 척 안하고 책에 빠져 산다면? 동시대의 친구들 누구와도 그 즐거움을 나눌 수 없다면? 더구나 물욕 가득한 인간이 개입된다면? 그래도 좋은 능력일까.
사람을 시켜 책을 만들었다는 엄마고양이 명월의 의미심장한 경고!
- 절대로 항구에 가지 않는다
- 절대로 예전에 살던 집에는 가지 않는다
엄청난 모순인 것이 한국인은 재능이 많다는 인식과 더불어 학습능력을 제외한 다른 능력은 싹을 자르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만개하는 것이 재능인 것인지, 운이 좋아 강요하지 않는 부모를 만난 어린이의 재능만 피어나는 것인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학습능력이 높은 어른들이라고 해도 그 재능으로 모두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성공과 성취를 한 뒤라도 그 재능으로 인해 노예처럼 사는 이들이 짐작보다 많다. 재능 노예talented slave라는 표현이 있으니 이용당하기 쉬운 취약한 상황을 겪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엄마는 재능을 숨기고만 살았어. (...) 재능은 무거운 짐과 같아서 꺼내 쓰면 너무나 좋지만 짊어지고만 있으면 몇 배로 괴롭거든. 얼마나 벗어던지고 싶었나 몰라. (...) 그 집에 책이 없어서 오히려 견딜 만했지. 책을 보면 너무 읽고 싶었을 테니깐.”
꽁치의 선택이 무엇이었을지, 책과 관련된 어떤 모험을 하는지, 어떤 위기에 처하는 지... 궁금하다. 고양이의 귀여움 사랑스러움 보는 일에 익숙해졌다가 책 읽는 고양이라는 기발한 작품을 만나 즐거웠다.
책 속에 등장해서 정말 오랜만에 읽어 본 속담들과 공치가 읽던 책들도 세트가 있다면 다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는데...
! 그나저나 <쥐 둔갑 타령>이라니! 쥐가 무서워 쥐에게 타령을 읽어주는 고양이라니! 저자의 상상이 멋지고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