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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깨물기 - 사랑을 온전히 보게 하는 방식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6월
평점 :
시인이 사전을 출간했다는 소식에 무척 놀랐지만, 펼쳐 보니 시집이었다.
<한 글자 사전>을 다른 시집보다 더 많이 읽었다.
딱 한 글자로 제 언어를 얻은 삶의 풍경들이 얼마나 많던지.
천재 시인!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마음 사전>도 만났다.
나는 세월을 두고 정갈해진 것들을 사랑한다.
오페라와 연주회는 음악가들을 보러 간다.
수많은 세월 악기로 삼은 몸을 최대한 훈련시킨 노력들이 공기를 가르고 내게 도착하는 것,
악기를 몸처럼 가까이 두고 단련시킨 울림이 전달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나이가 들수록 서툴지 않아야 하는 장소, 자리, 역할, 무대...에서 서툰 것이 더 싫다.
제 능력을 가늠할 깜냥도 없고 수치심을 느낄 뇌기능도 없는 이들이 끔찍하다.
시인의 언어, 인식, 감각, 시선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예술품이다.
신간마다 더 좋다는 느낌은 정가 이상의 가치이다.
이제 <어금니 깨물기>다.
정갈하기는커녕 처참한 수준의 하질의 막말이 튀어나올까
어금니를 깨무는 순간들이 매일 이어지는 나의 지금에는
더욱 간절하게 반가운 책이다.
아까워서 여기 저기 펼쳐지는 대로 조금만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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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을 찾기 위해 자주 어금니를 깨물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은 이를 악물고 가장 열심히 산 시간이라는 것을, 여기 모인 글들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는 그러므로 차분한 것 같지만 실은 시끄럽고 무섭다. 입을 봉인한 채 몸으로 지르는 비명이라서 침묵이나 적요에 가깝다 느껴질 뿐, 시는 열렬하고 아프다.”
“쉼보르스카의 시를 읽으면 우리가 인간이라는 점을 다행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인간됨을 회복하는 순간을 겪는다. (...) 나는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고결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 무관심하게 지나친 것은 없는지. 놓친 것은 없는지.”
“나는 엄마를 오래 싫어했다. 엄마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를 착취하는 사람이었고 오빠보다 뒤에 서있기를 지나치게 종용해온 억압의 주체였다. 나는 자랑스러운 딸이어야 하되 오빠보다는 더 자랑스러우면 안되었다.”
“엄마는 엄마를 끝내고 나의 자식이 되어 유리 벽 너머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너무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받았다는 기억은 선연하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나는 상처와 흉터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나은 느낌으로 살았다. 상처에는 통증이 수반되지만 흉터에는 통증은 수반되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어떻게든 잘 지나가려 애를 썼다. 그리고 흉터를 흉터라고 부리지 않고 흔적이라고 부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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