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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같은 걱정 한입씩 먹어치우자 - 인생의 단계마다 찾아오는 불안한 마음 분석과 감정 치유법
장신웨 지음, 고보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7월
평점 :
제목을 보고 읽기 전 이런 저런 생각을 먼저 해본다. 내 걱정은 내 몸보다 큰가, 내 걱정은 내가 만든 불안일 뿐일까, 내 걱정은 내 선택의 결과일까, 사는 일에 꼭 필요한 걱정은 따로 있을까.
“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 오늘만 벌써 11번째 드는 생각입니다.
올해 들어서만 7번이나 사표를 쓰고 싶었습니다.
26번째 회사 문을 닫을까 고민했습니다.
33번째 이혼을 떠올렸습니다.”
2018년 중국 광고 영상 문구라는데, 나는 생각에 횟수를 세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모두 다 벗어나고 싶다는 내용이라 현대인은 도대체 어디에 감금되어 사는 건가 싶기도 하다. 삶의 안정을 바라고 계약을 통해 스스로를 구속시키지만, 사회와 환경은 불확실성을 높인다. 어렵다.
불안의 시대, 라는 표현을 쓰면 기정사실화될 듯도 하고 언제는 완벽하게 평화롭고 안정된 시절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생사를 가를 수준의 위기가 진행 중이라는 생각도 하고, 얼마나 더 산다고 막 살고 싶기도 하다.
이도 저도 아닌 양 극단의 선택 말고 옵션을 늘려주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지혜일 것이고 가장 선택하기 맘 편한 제안이기도 하다. 문제는 각자의 삶이 달라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자니 혼자 힘으로는 너무 힘들고 타인은 정확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
할 일이 명확하고 바쁘면 힘이 들어도 안심이 되고, 외부 상황이나 타인에 의해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내 재량 시간이 되면 기쁘고 귀한데 불안해지기도 한다. 어느 쪽도 마음에 흡족하지 않으니, 졸업, 퇴직, 육퇴, 황혼이혼 등... 먼 미래에 기대와 희망을 걸어 두기도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어느 시기든 행복해지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지금 내내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해지는 여러 상황들과 조건들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 언제가’가 오지 않을 지도, 시간이 주어져도 행복해지지 못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
한국사회는 자극이 넘치는 사회이다. 범죄인 자극들도 성황이다. 도박과 성범죄(매매, 폭력)가 단적인 현상이다. 평생 일만 하고 인간관계도 자신과의 관계도 연습해보지 못한 이들이 스스로의 노력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쾌락이 필요한 구조라서 그렇다.
참 서글픈 일이다. 친구보다는 경쟁, 취향보다는 조직, 취미보다는 돈벌이... 그 대가로 소득도 높고 노후도 편안하고 존경도 받으면 좋으련만... 전혀 그렇지도 않다. 폐허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만든 한국의 노인들은 세계빈곤 1위의 삶과 경멸을 견디고 있다.
코끼리 같은 걱정을 한 입이라도 먹어 치우기는커녕 키우는 글쓰기를 하고 있네...
자신을 가능한 자주 살펴보자. 확실히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면 기뻐하고 시간을 내어 즐겨보자.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어렵지 않은 일들을 잊지 말고 언젠가 배워 보자.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고 타인의 인정을 바라지 말자.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사는 삶을 바라는데 아주 고약한 성격과 태도로 살아가게 될까 무척 걱정이다. 그래서 생각과 언어와 행동에 있어 자가 수련을 가능한 열심히 해보려 한다. 하고 싶지 않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은 미리미리 안 하는 것으로!
“마음 깊이 자리 잡은 어린 시절의 경험은 (...)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생리적, 심리적 경험은 생명의 기초가 된다. 아동기의 감정은 맑고 진실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이해하는지에 상관없이 모두 잠재의식에 남아서 생명의 밑그림을 그린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유일무이한 인생의 길을 걷는다.”
아동기는 벌써 지났지만, 나는 한 시절의 경험이 내내 결정적일 거라고는 또 생각지 않는다. 다르고 다양한 경험들을 채우면 존재가 변화한다. 내가 그리고 싶은 밑그림, 내가 걷고 싶은 길에 어울리는 경험을 찾아 하고 채우면 된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