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 예찬 - 은둔과 거리를 사랑하는 어느 내향인의 소소한 기록
김지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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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으로 무척 기발한 여러 테스트를 만드는 이들이 대단해보이고 결과는 대부분 당혹스럽고 종종 아주 재밌다. MBTI는 내가 생각했던 나와 무척 달라서 당황했던 테스트이다설마... 하며 그 후로도 두 번이나 더 해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현대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원하는 뭐라도 하기 위해서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혹은 의무와 책임을 다하려면할 말은 하고 살려면 온전한 I로 살 방법은 없다변하거나 노력해서 자신의 E를 꺼내고 키워야 한다.

 

이러한 모습이 있고 한편으로는 저러한 모습도 있는 사람들의 의외성이 흥미로우며본성에 맞지 않는 일을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E라고만 결과가 나온 나는 I인 시간이 늘 생존에 필요한 시간이었다학창시절에도 8시부터 12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혼자 있고 싶었고 그렇다고 주변에 알렸고 누군가를 만나는 중에도 일어서서 떠나려 시도했다(노력해서 어렵게 성공하기도 함).

 

언제든지 나의 삶에 각색은둔은유의 자리를 남겨두었으면 한다.”

 

하루에 의식이 있는 시간 중에 단 4시간만 혼자 보내고 싶다는 것이 뭐가 그리 이기적이고 큰 욕심이냐고 강변했지만친구들은 늘 고개를 설레설레... 혹은 많이 섭섭해 했다하지만 그런 시간을 오래 못 갖다 보면 분명한 부작용이 생긴다망가지거나 탈진하거나.

 

세상의 모든 파티션이 사라진다면 현대인의 정신 질환 종수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모두가 벽을 허물라고 말하고 있지만사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벽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소란한 세계... 더 소란하고 자극이 많고 과시가 병적이고 개인주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전체주의적인 문화가 강력한 나라 대한민국... 그래서 힘이 되고 에너지를 얻고 기적같은 도움을 주고받는 일도 가능하지만 지나치고 과한 면도 있다.

 

덜 내뱉고 덜 뻗치고 덜 부대끼며 살고 싶은 사람의 소망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담긴 사회의 공기가 희석되어야 할 것이다.”

 

“(반면에내가 아닌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비로소 지켜지는 세계가 있다. (...) 우리가 유지해야 하는 적절한 거리는 무엇일까?”

 

다른 뿐인데 이상한 시선을 보내고 조롱하고 차별하고 혐오하는 역사는 길고어쩌면 더 가시화되고 있다그 탓에 부서지고 망가지는 사람들이 통계보다 많다이 책은 한편 고군분투 전투기록과도 같다이런 세상에서 다치고 부서졌는데 자가 치료를 해가며 살아남는 이야기.

 

점심에 사라지는 사람들은 홀로 있는 시간을 해독제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 그리하여 사라지는 이들은 결코 외롭거나 지루해 보이지 않는다궁금하지만 들여다볼 수 없는결코 들여다봐서도 안 되는 그 세계를 즐거운 기분으로 상상한다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1시간은 너무 짧다우리에게는 더 긴 점심시간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도 유지됐으면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 나라는 존재가 타인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사실의 자각과 그로 인한 배려의 감각이다원래 우리에게 필요했지만 우리 사회에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감각들이다그것은 정확히 각자가 가진 예민함만큼의 거리일 것이다.”

 

오늘은 우연히(?) 예찬 시리즈 책을 읽는다실제 시리즈가 아니라 제목에 예찬이라는 단어가 있다걷기와 내밀은 내게 흡사한 의미이기도 하니 의식의 흐름대로 책을 펼치는 일은 재밌는 선택이다.




스타벅스의 대형 테이블에 오버로크 패턴의 배열로 앉아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자신에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

 

오버로크 패턴이 뭔가요검색해도 모르겠습니다지그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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