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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이돌 - 누가 당신의 소년을 죽였을까
서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6월
평점 :
나이가 들수록 즐겁기보단 힘든 계절이 여름이지만 감성은 추억과 함께 단단히 훈련이 되었는지 두근! 설렌다. 여름방학이 시작하면 일단 다른 건 다 작파하고 신간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책들 잔뜩 쌓아두고 일주일 완전한 휴식을 취하던 학창 시절과 대하소설, 신간소설과 함께 하던 직장 생활 중 여름휴가 덕분이다.
할 일이라곤 없이 간식과 간편식까지 마련된 쾌적한 시공간에서 새 책을 펼치는 순간은... 반복되지만 늘 숨을 흡 멈추는 짜릿한 쾌락이다. 아직 휴가는 아니지만, 여름 독서 휴가를 보낼지 오랜만이니 가을 여행 휴가를 가질지 결정은 못했지만, 여름, 주말, 그리고 추리소설! 충분히 설렌다.
독이 등장하는 후즈던! 클래식한 추리 설정이라 더 좋다. 용의자는 10명, 살인적 혹은 전쟁과도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욕망과 치부, 그리고 진실, 누가 죽였는지 찾아보자!
뭐라더라... 돈 많으면 다 언니이고 예쁘면... 잘생기면... 이런 상용구들이 꽤 많은데 다 기억을 못하겠다. 어쨌든 인간이 자기 스스로도 타인도 더 이상 단편적인 사고 판단을 할 수 없을 만큼 무례하고 폭력적인 표현들인데 재밌는지 자조인지 냉소인지 다들 웃는다.
그와 결이 같은 표현이 이 작품에도 나오는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배경으로 삼은 만큼 더 잔인하고 노골적이다. “사회 정의고 나발이고 재밌으면 용서란 말이에요.” 즉 사회 정의와 기타 등등은 다 무시되거나 은폐된다는 것이다. 그 맥락 속에서 독살이 발생했다.
“(...) 마지막 화에서 시청자 투표로 최종 범인을 뽑는다.”
이사윤 대표와 장인혜 PD는 그 자리에서 신규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메인 카피를 만들었다.
“방출된 연습생들이 살아남은 연습생들을 심판한다는, 하루아침에 역전된 지위가 주는 짜릿함을 시청자들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연기자, 배우, 뮤지션, 가수... 이런 호칭들은 물론, 연예인이란 표현조차 무척 고상하고 인격적으로 들리는 것은 연예계는 이미 연예 산업계가 된 지 오래고, 산업 구조에서 생산하는 것은 늘 ‘상품’이기 때문이다.
기획되고 출시되는 것은 재능있는 ‘사람’이 아니라 생산 공정이 끝난 ‘상품’이다. 여전히 모집 방식은 고색 찬연한 ‘희망과 꿈을 이루세요’지만, 모든 과정은 투자와 투기와 판돈으로 결정된다. 삶의 근간인 경제조차 투기판으로 만든 세상에서 엔터테인먼트만이 예외일까. 기꺼이 권리와 인격과 교환해서라도 성공을 바라는 유입 인구가 늘어나는 마당에.
재미를 위해 누구라도 재료로 삼은 제작진, 대중은 가학적으로 보고 즐기거나 비난을 더한다. 각자의 최애가 있다는 팬들이 애정을 쏟는 방식의 실체는 무엇인가. 내 최애를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다는 태도 역시 애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일까.
어둡고 갑갑하고 섬뜩하고 과도하게 기형적인 욕망들이 들끓는 전장이다. 그러니 잘 읽힌다. 아쉬울 정도로 작품이 빨리 끝나는 기분이 든다. 결말이 궁금해서 내달리듯 읽었다. 추리소설이라 드러낼 수 있는 내용이 없지만, 다들 짐작하는 내용들은 있으실 터!
돈과 비즈니스, 재료는 인간... 서바이벌을 위해 해선 안 되는 일 따윈 없다. 이 세계에서 독자로서 상상한 비극을 피해갈 방법은 없었다. 막을 수 없는 사회 문제는 막고 싶지 않아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