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큐레이터 - 뮤지엄에서 마주한 고요와 아우성의 시간들 일하는 사람 8
남애리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구원하기도 한다는 책을 읽고 이 책과 저자가 떠올랐다. ‘위로와 구원이라는 점에 있어서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우연히도 두 작품 모두 문학수첩에서 출간하였다.

 

조금 읽다가 다시 장르를 확인했다분명 내가 좋아하는 일하는 사람 시리즈가 맞은데에세이가 맞는데... 저자 직업이 큐레이터인데... 물론 다 내 선입견이다솔직하면서도 섬세하고 재밌는 글을 쓰는 사람이 전업 글쓰기 작가여야만 할 이유는 없다.

 

술술 정도가 아니라 초고속으로 읽히는 글이라 신나게 읽는다단지 상황이 재밌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종류의 위트가 순한 블랙코미디 영화 영상으로 펼쳐지듯 느꼈다성급한 나는 남애리 큐레이터/저자의 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노련한(?) 작가답게 독자를 그 높이에 계속 두지 않고 짜릿하지만 자연스러운 이야기로 지상에 사뿐하게 착지하게 한다. ‘일하는 사람 시리즈의 일하는 사람의 힘은 매번 대단하다힘을 다 빼며 실컷 웃었더니 뭉클한 차례였다.


사람들은 백만 가지 이유로 전시 공간을 찾았고나는 그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거북목이 되도록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그 순간나는 어느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망했다나는 이 직업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예산 도둑질 그만하고 작은 전시 기관들에 배정 좀 해라해라적어도 청소 인력은 있어야 하지 않은가이런 부당하고 어처구니없는 환경에서 또 자기 직업 공간이라고 큐레이터 혼자 그 넓은 공간을 청소한다... 눈물이...

 

큐레이터 맞으신가했던 무례한 의문에 깊이 사과드리며 일하는 사람의 더 깊은 이야기를 풀어 놓은 문장들을 따라간다아주 내밀한 직업 세계의 모습을 덕분에 경험하며글로나마 전시와 디폴트 공간이 주는 성취감과 허무함... 보다 복잡한 감정을 경험한다.

 

그리고... 자기 분야에서 훌륭한 분들이 환경에 대한 지식이나 의식이 전무하면 나는 좀 상처받는다그래서 전시 폐자재와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민한다는 언급이 반갑고 감사해서 정식 팬을 하기로 굳게 결심한다.

 

웃다 가라앉다 분노하다 허탈하다... 울컥 까지 마무리하며 처음에 언급한 위로와 구원의 이야기에 도착한다판데믹 시절은 통째로 상처로 남았다아직 나는 다친 자리마다 저릿저릿하고 과거로 끝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자주 두려워진다.

 

갑갑하고 답답하고 내 힘으론 뭘 할 수 없었던 대기와 감금의 시간하던 일을 멈추면 더 확연하게 알게 되는 내가 하는 일의 무용함... 판데믹은 물론 일상에서도 생산하는 것이 불분명한 일을 하고 있다는 당혹스러움...

 

저자 역시 일에 대한 의문에 짙게 휘둘렸다전시 안 본다고 무슨 큰 일이 생길까... 혹은 전시 자체가 무슨 내재적 가치가 있는 것인가인간은 정량적인 것들로만 삶을 구성하며 살지 않는다고 건조한 말을 내가 건네도 그건 아무 힘도 못 되었을 것이다.

 

장애인 복지기관에 보내낸 체험 세트여성 암 환자를 위한 예술 프로그램어린이 관람객의 그림으로 말해요 전시 감상생애 처음으로 그림 전시를 보러 온 작업복의 중년 남성과의 작품 교감...

 

힘든 순간위로와 구원은 생각지 못하는 순간 저자가 애쓰고 정성을 다한 일의 결과로서 도착한다눈물이 났다우리가 인간이지... 아무리 이상해도... 저마다 가진 모순이 괴이해도... 미운 동류가 많아도이래서 인간이지... 소소해서 확실한 구원의 이야기가 여기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