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 - 선문답이 일러주는 깨달음의 의미
김종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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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철학이나 동양철학에 대한 내 이해는 흔히 말하는 과알못에 어울리는 수준으로 부족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무료로 얻은 것처럼 민망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나이가 들다보니 문해가 되는 구절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세상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사유가 통섭을 이룬 수준은 아니지만어떤 언어로 만나고 이해할 수 없었던 생각들을 마치 처음 만나는 것처럼 마주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2000년도 더 전의 사람들이 당시에 구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해존재에 대해본질에 대해 현재의 연구자들 못지않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발견한 것들을 남겨준 것이 늘 감사하고 존경스럽다.

 

운이 좋아 후대에 태어난 나는 그런 지식을 배운 덕분에 얼마 안 되지만 간명하고 확실한 몇 가지 틀거리를 찾아내었다이번 생에는 이 정도로만 세계를 이해해도 큰 모순에서 벗어났구나 싶게 안심이 되는 것들이다고마운 일이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그래서 지금 여기 밖에 없다는 것나와 대상이 다르지 않다는 것우리는 모두 같은 탄생을 겪은 원소들의 구성이라는 것태어나는 일에 이유가 없듯 죽음도 그럴 것이라는 것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연(因緣)이라 부르는 것이 무척이나 낭만적이라는 것.


버들이 정말 푸른 것인지 꽃이 붉은 것인지는 과학에서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스펙트럼 내에서 일어나는 빛의 산란만이 색으로 감각되기 때문이다인간의 눈에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은 것이다.

 

소동파는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라고 하였다.


도오겐(道元)은 눈은 옆으로코는 세로로 달려 있다(眼橫鼻直)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였다.


- <무문관>의 저자 무문혜개(無門慧開, 1183~1260)는 봄에는 꽃이 있고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있고 가을에는 달이 있고겨울에는 눈이 있다망상에 사로잡히지만 않는다면 모두가 좋은 계절이다라고 하였다.

 

나만 독점적으로 아는 지식도 아니고예전 성철 스님의 산의 산이고 물은 물이다처럼 어째서 세상 사람들은 이다지고 분명한 현상이 현상이라는 것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일까예전에 이해도 못할뿐더러 반감도 강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내 고민과 바짝 맞닿아 있다그러니까사람들은 어째서...

 

삶의 모습 그대로를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가짜 뉴스나 음모에 열광하는 것일까?


간단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왜 진지하게 듣지 않는 것일까?


구술어문자어번역어도 가능한 시절에 왜 의사소통은 이다지 어려운 것일까?


 

몰라서 억울해하는 것만은 아니지만바꿀 수 없다면 모르던 상태와 뭐가 또 다를까질문하고 답하는 삶을 평생 살 자신이 없어 그 자리를 나온 그 순간부터 내가 스스로에게 해야 할 일은 현해(懸解) , 그것이었단 생각을 한다오늘은 이 단어가 가장 깊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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