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집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23
카슨 엘리스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6년 8월
평점 :
“집을 그려 보세요.”라고 하면 어떤 그림을 그릴까요?
“당신의 집을 그려 보세요.”라고 하면 그림이 달라질까요?
문득 어릴 적 정답처럼 그리던 집은 현실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당과 지붕이 있는 집에 산다는 것이, 그 공간을 관리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나서일까요.
오래 전 어느 글에서 아파트는 집이 아니다. 문에도 몇 호실이라고 적혀있지 않은가? 집이란 이러이러해야한다고 굉장히 확신에 찬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땐 저녁이면 현관에 노란 등이 켜지는 주택에 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럼... 그림이 아니라,
“당신의 집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라고 하면 어떤 이야기가 떠오를까요?
어떤 사람에 대해 언어가 아닌 방식으로 알려주는 것에는 여러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몸이 아닌 옷, 신발, 가방 등의 소지품들도 있겠지요. 그런데 가장 많은 것을 알려 주는 것은 공간이 아닐까요? 인간은 ‘살 수 있는 공간’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럼, 이제 누군가가,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요?”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요?
교통망, 접근성, 학군, 일조량, 건물의 연식, 실내 디자인... 그런 것들일까요. 혹은 다른 것들도 떠올릴 수 있을까요.
표지에 다양한 누군가들의 집들이 있어서 기분이 무척 낯설고도 이상해집니다. 집이라고 생각 못한 곳들도 있네요. 집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이에겐 그저 공간만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 혹은 자신의 정체가 곧 집이기도 하겠지요.
우선, 앞으로는 거미줄이라 부르지 말고 거미집이라 부르려 합니다. 그래서 줄을 걷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남의 집을 망가뜨리지 않게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전 거미를 좋아하고 거미가 있으면 모기가 없을 듯해서 무척 든든하지만, 가족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설득을 해봐야겠네요.
우리 집이자 모두의 집인 지구, 그런데 죽자고... 저도 죽고 너도 죽자고 제 집을 망가뜨리는 인류는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요.
완벽하지 못해도 좀 덜 유해한 방식으로 살 수는 있을 텐데... 오천만 한국인이 일 년에 쓰고 버리는 일회용 컵만 25억 개... 자기 집에 쓰레기 막 버리고 사는 참 이상한 인간들...
“당신의 집은 어디인가요?”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