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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 ㅣ 바통 5
김홍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평점 :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 잘 모르면서도 부정적인 의미로만 이해하던 ‘관종’이란 단어 혹은 개념을 본 테마소설집을 통해 본격적으로 만났다. 워낙 협소하게 이해하던 단어라, 작품을 읽고 나서도 관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바로 파악할 수 없던 시간도 있었다.
여러 편을 읽어 나가며, 내가 전제하고 있던 개념과 유사한 내용들도 만났다. 어찌나 쓸쓸하고 슬픈 욕망이던지... 사회 속에서만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 살 수 있는 인간은 서로의 관심이 생존의 무기이자 섬세하게 진화된 인정과 관련이 있다는 느낌을 덕분에 조금씩 잡아갔다.
자기합리화와 확증편향을 거친 이들에게는 외부의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창작은 거짓이 아니고 사기도 아니고 마침내 창작의 결과물과 모든 이야기가 내 존재가 된다. 긍정 부정의 판단이 아니라 인식과 인지에 대한 섬세한 이해가 필요할 듯...
“사람들은 해파리를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해파리에게서 멸망을 보았다. 누군가는 신의 모습을 보았고, 누군가는 삶의 탈출구를 보았다.”
내가 속한 세계를 벗어나 잠시 시야를 멀리 두고 보면, ‘관심’을 주제나 행위 방식으로 삼아 ‘직업’의 세계를 이룬 모습이 아주 많다. 읽기 전에는 기준이 없어서 안 보였던 여러 직업들이 새롭게 보이는 인식 확장의 계기가 되었다.
테마소설이나 문득 테마에세이처럼 현실감 강하던 작품들은 작품에 빠져 머물게 두기보단 현실을 거듭 소환했다. 자의나 선택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관종’의 역할을 하거나 위치에 갇힌 경우도 있다. 인간 사회가 기대하고 소비하는 관종의 출현과 역할이 얼마나 광적인지 그 ‘있을법함’이 서늘하고 무서웠다.
특히 인간의 편견, 차별, 혐오와 관련된 이야기인 마지막 소설 [리틀 시즌]은 길고 깊은 숨을 내쉬며 아프게 읽었다. 포착되는 즉시 재빨리 소수자로 분류해서 무시하고 목소리를 지우고 존재를 부정하고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의 대상이 되는 이들...
“내가 누구를 때린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이렇게 숨을 죽이며 살아가야 하는 건가. 그러나 내가 당당히 발언을 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피해자들이 발언할 때마다 관심 종자냐고 비꼬던 사람들의 모습들을 나는 봐왔는데.”
스스로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자 타인들을 초청한 것이 아니라, 사회가 이들을 관심의 영역으로 내몰고, 어울려 사는 동료가 아닌 ‘대상’으로 삼았다. 본의 아니게 언제 어디서나 시선과 관심의 대상으로 산다는 일의 숨막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내가 가진 시선과 개념과 판단과 행동이 어떤 관심으로 표현되는지, 타인에게 어떤 형태와 느낌으로 가닿았는지 기억나는 대로 떠올려 보았다. 내내 곱지는 못했다. 이유를 제대로 알아보기도 전에 눈부터 흘기거나 짜증을 투영한 일도 적지 않다.
혼자 읽어 아쉬운 테마소설집... 함께 읽는 사람들끼리 이해와 감상을 나누면 좀 더 폭넓은 인식의 확장이 가능할 것 같다. 세미나로 들어도 좋을 주제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되는 개념을 하나 더 얻었다. 문해력 부족 탓에 일독만으로 아주 선명해지진 못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