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의 세 번째, 드디어 현대 철학입니다. 철학이 지식정보를 외우라는 분야는 아니지만, 질문하고 사유하고 고찰하기 위해서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론의 역사는 더구나 시대의 흐름을 알아야 그 이론이 왜 필요했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어떤 사상이라도 꼬투리 잡아 반대하는 무지한 짓을 하게 되지요.
거의 6개월마다 출간되어 덕분에 작년 여름부터 고대 철학부터 현대까지 일독해볼 수 있었습니다. 만화이니 가족에게 권하기도 쉽고 유쾌한 내용과 그림에 자주 즐거웠습니다. 가장 큰 장점이랄 수 있겠습니다.
무척 존경하는 철학자도 번역 탓을 하며 독해와 이해가 어려웠던 철학자들도 있습니다. 보고 또 보다 보면 언젠가는 맥락이 파악이 되기도 하겠지요. 시험과 논문이 없는 입장이란 한껏 느긋할 수 있어 좋기만 합니다.
존 스튜어트 밀, 벤담, 니체, 사르트르, 마르크스, 라캉, 비트켄슈타인, 키르케고르…를 한 권에서 모두 만난다니 설렙니다. 얼른 퇴직하고 다른 일 안 하고 책이 이끄는 대로 책만 읽으면 살고 싶네요.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익명의 ‘누군가‘로 살지 말고, 개별자인 너의 삶을 스스로 선택해.”
현대철학의 내용들은 특히나 우리가 지금 왜 이런 형태의 사회에서 이런 생각을, 말을, 행동을 하고 사는지와 아주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어려워도 가능한 우리가 자주 많이 읽어 보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양자역학은 몰라도 휴대폰은 익숙하듯이, 내 생각과 주장이라고 믿는 것들도 철학과 사상에서 태동하고 변형되고 왜곡되고 활용된 것들이 짐작보다 당장 분석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습니다. 특히 구조주의에 대해 제가 잘 소개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언어처럼 구조화된 무의식을 지닌 존재로 살아가야 하기에, 네 언어, 네 주변에 무의식이 가득해. 바꿔 말해, 무의식적 언어를 통해 생각하고 살아가는 한, 네가 생각하는 네가 네가 아냐.”
현대 사회를 보는 시각, 세계관, 언어생활, 사회운용방식... 수많은 분야에 구조주의의 분석은 (적어도 제게는) 유용해보입니다. 개인에게 비난과 책임을 돌리고 죄책감은 내재화하는 논리에 맞설 무기이기도 하지요.
한 때 세상의 모든 학문은 철학이(라 불리)었습니다.
“철학은 애착인 것 같아.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아끼고, 애정으로 타인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생각하고, 현명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나의 철학을 갖게 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