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살리는 논어 한마디 - 거친 물결에 흔들리는 삶을 잡아줄 공자의 명쾌한 해답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5월
평점 :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에 이은 책이다. 전작이 논어 1, 2, 3편의 내용이고 이 책은 4, 5, 6편이다. 불안과 생존을 각각 제목에 담은 것이 근래 내 심정과 공명하듯 끌린다. 무슨 생각을 하고 감정을 어떻게 다스릴지 거의 매일 결심하는 듯하다. 힘겹다.
공자의 중요한 가르침인 ‘인(仁)’ 어진 마음이 불확실하고 돌발이 가득하지만 아무 것도 원하는 대로는 바뀌는 실감이 들지 않는, 어디로 퇴보하는가 싶은 현실에서 잘 머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지 진심으로 기대하며 읽는다.
“어진 사람은 사람을 싫어할 수 있지만, 모두와 함께 협력하며 조류에 휩쓸리지 않는다.”
군자나 어진 사람으로 살지 못하지만, 따라할 수 있는 일은 있다. 그마저도 꾸준하게 흉내 내기란 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의 심신은 ‘편안하고 적합하며 쾌적’하지 못한 상태이다.
사는 일이 다른 이들의 노고나 공로에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늘 부채감이 있다. 그건 내가 타인의 것을 억지로 취하지 않더라도 불공정하고 불평등하게 흐르는 사회 자산과 부의 분배 구조 때문이 더 크다.
당장 혼자 힘으로 바꾸지 못하니 잊지 않고 조심히 살다가 바꿀 기회가 오면 반대하거나 외면하지 않도록 하자는 결심만 갖고 산다. 나이가 들어도 ‘이익에만 밝은 소인’보다는 ‘의로움이 밝은 군자’쪽을 바라보는 일만큼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공자의 사상이 어렵다는 생각에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기보다 실천철학으로서 건네는 메시지가 무겁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정치철학에 가까운 사상들은 ‘사고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중요하게 다룬다.
즉 배운 것을 외우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나가야 한다는, 행동을 옮기라는 가르침이 따르기 어려운 것이다. 자꾸 변명을 찾으며 최소한의 손해와 희생을 보면서 참여할 방법을 찾는 내게는 늘 무겁고 어려운 가이드이다.
“공자가 하지 않은 일이 네 가지 있었다.
무슨 일이든 확실하지 않는데도 지레짐작으로 단정을 내리는 의(意),
자기 언행에 있어 반드시 틀림없다고 단정내리는 필(必),
자기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고(固),
매사를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아(我)이다.”
이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는 가르침과 함께 고민을 더 깊데 한다. 공자 자신은 아는 것 이외의 것은 질문을 받아도 ‘모른다’는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아는 것이 제대로 아는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중용은 가장 알맞은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다. 모든 일을 알맞게 하려면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고 연구해야 한다.”
확실하게 안다는 것이 증명되기까지 행동을 유보하거나 아니면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일단 아는 것을 바탕으로 뭐라도 하는 선택지 외에는 없다. 물론 이런 갈등 상황에서는 공자 사상의 또 다른 중요 개념인 ‘중용’을 알고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도움이 클 것이다.
사는 일이 대체로 참 곤혹스럽다.
일생을 바쳐 학문을 좋아하고 목숨을 걸고 실천을 중시한다.
망하려는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않는다.
천하가 잘 다스려질 때는 나아가고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무시당한다.
정의가 행해지는 나라에 살면서 가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불의가 통하는 나라에서 부자라든지 지위가 높다든지 하는 것은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논어> 태백(泰伯)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