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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월
평점 :
<중국식 룰렛>이 출간된 지가 벌써 6년 전이라니. 왠지 그 정보가 낯설어서 놀랐다. 정말 시간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구나 실감이 난다. 단위가 하루도 일주일도 아니고... 일 년이 순식간이다.
경계인, 이방인, 여행자, 외국인... 의 삶과 관점에 관심이 커져서 얼른 읽고 싶었는데, 여러 이유로 미루다 간신히 펼쳐보았다. 하루에 한편씩 읽는다 생각하니 요즘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는 생각에도 부담이 덜어졌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을 가장 먼저 읽었다.
은희경 작가의 작품 중에 잘 안 읽히고 재미가 없었던 건 없었다. 하지만 경쾌하면서도 빈틈없이 깊이 담아낸 서사와 메시지를 못 알아보면 어쩌나 싶게 요즘 집중력이 최약체이다. 다른 사람들 어떻게 사는지 관심도 잘 없고 알 기회도 없어 간만에 ‘관계’의 이야기를 만난다.
출판사에서 원제목 대신 원하는 이름으로 인쇄해서 특별한 선물을 주셨다. 무척 아름답고 좋아하는 꽃이지만 - 야생화, 바깥에서 피는 장미인 경우 - 오래 널리 사랑받고 전형적인 상징으로 소비되어서인지, ‘장미’는 어쩔 수 없이 ‘통속’을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더 중요한 서사의 무게가 ‘장미’와 ‘이름’ 중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하며 즐겼다. 예리하고 예민한 이들은 자신 안으로만 침잠하기 쉬운데, 은희경 작품 속 인물들은 혼자 남지 않아서... 읽고 나면 늘 안심이 된다.
포기하지 않고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나가려는 것은... 이야기의 인물들인 척하는 서늘하고도 늘 따뜻한 저자일 것이다.
“잘못된 장소로 와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해도 되돌아 나가서 다른 경로를 찾기에는 두려운 나이 (...)”
“독선적인 진지함 (...) 순정의 무거움 (...) 기나긴 말다툼 (...)”
그럼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