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을에게, 봄에게
사이토 린.우키마루 지음,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이하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9월
평점 :
아주 좋아하는 그림책이라 아주 오랜 친구였다고 생각했는데 2020년 출간이군요. 물리적 시간보다 더 많은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이전에 남긴 글을 읽지 않고 새롭게 읽습니다. 나중에 두 글을 함께 읽어 보려 합니다. 신기하게도 오랜 친구와의 재회가 아니라 새로 사귀는 친구와 만나는 것처럼 설렙니다.
“가을은 따뜻한 아이야.”
“가을은 차가운 녀석이라고.”
생각해보니 만난 적이 없는 상대에게 참 아름다운 손편지를 쓰는 이야기입니다, 반가운 답장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 년이지요. 평안한 날을 보내고 싶었는데 또 뭉클하네요. 나이가 든다는 건 뭉클병을 만나는 일인가요.
제가 이 그림책을 만나고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를 그리운 누군가에서 보내고 2년이 지났습니다. 그렇군요. 욕심만 내서 사두고 잘 사용하지 않은 만년필을 꺼내 2년 만에 손편지를 써야겠습니다.
“너희는 꼭 닮았는걸.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고 한결같이 상냥한 계절.”
인간은 이 두 계절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50도가 넘는 기온으로 물과 식량난이 확실해졌다는 기사를 어제 조금 읽다 도망쳤습니다.
가난한 나라들의 사람들이 기아와 기후재앙으로 죽어 나가는 시대에 ‘잘 지내니?’하는 인사가 우리 서로에게 무척 간절한 기도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처님 오신 봄 날, ‘비구 법정’ 네 글자와 함께 열반에 든 법정 스님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무소유의 철학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두의 평안과 깨달음을 응원합니다.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