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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잘 못해
시노 나오야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어떤 에세이는 소설이 아니라서 놀라고 어떤 소설은 에세이가 아니라 놀란다. 이 책 역시 그런 재미나게 혼란스러운 유형의 저자의 경험이 담긴 성장소설이다.
이렇게 다정한 응원은 자신이 겪은 아픔을 겪고 있을 누군가를 염려하고 돕고 싶다는 다정한 마음에서만 나올 것이다. 힘든 일을 겪은 이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가장 큰 위로를 받았다고.
정답을 빨리 찾아야 하고 표준과 정상에 맞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거부당하거나 배척당하는 문화에서 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의 배경은 일본이지만, 한국에서도 말을 ‘잘못한’ 죄로 체포되거나 위해와 죽임을 당하던 역사가 멀지 않으니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트라우마처럼 짐작보다 많은 이들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노력만으로 모든 일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유타가 연습을 거듭해도 호전되지 않는 상황은 무척 아프고 안타까웠다. 도움을 주기 보단 부담스러운 믿음과 충고를 하는 가족의 상황도 판단하기 어렵다. 그 입장에서 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말해야만 하는 단어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소리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꼭 듣는 이야기는 진정하고 말하라는 소리. 하지만 그게 아니다. 진정하지 못한 게 아니다.”
유타가 용기를 내고 마음을 편히 하고 목소리를 다시 찾은 계기가 예상과 상상이 가능한 평범하고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들이라 무척 안심이 되고 뭉클했다. 사는 일에는 대단한 비법보다 여전히 진실한 태도와 배려가 중요하다.
“분명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해. 하지만 대화란 건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된다면 충분한 거 아닐까?”
잘 들어주는 사람들. 상대의 어려움을 별나지 않게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대화하는 편한 사람들, 의시소통이란 달변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 약점도 실패도 그 사람을 판단하는 모든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납득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크게 힘들지 않다. 오래 힘들고 아픈 일들은 원인 모를 따돌림, 무시,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조건들로 인해 받는 편견과 차별과 혐오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그런 일들에 익숙할 뿐더라 능숙하기도 하다.
한국은 어린이들을 무척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사회인 것도 같으나, 어린이들에 대한 차별과 무시, 혐오도 만만치 않은 사회이다. 어린이날을 맞아 조사해보니 노키존 매장은 4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차별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모두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꼭 필요하다. 처벌로 속 시원하자는 게 아니라 처벌 사유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교육과 예방 효과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전지구적 생명체들로의 확대는 시기상조라 하더라도, 인간끼리는 무도한 이유로 서로를 다치게 하지 말자는, 생명으로서 우리는 평등하다는 것을, 특권은 없다는 것을 알리는 법이다. 미래사회에는 그런 가치가 통용되어 좀 더 평화로우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