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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병 탈출하기 ㅣ 책 먹는 고래 30
함영연 지음, 지연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4월
평점 :
현대의 여러 신화들 중에 어린이에 대한 어른들의 맘대로 생각도 있습니다. 어린이는 상황을 정확히 몰라서 충격을 덜 받거나 상처가 깊지 않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어른보다 회복이 빠를 것이라는 겁니다.
제겐 그냥 무시하는 게으른 발언으로 들립니다. 그래놓고 어른들은 제 상처의 근원을 찾아 치료하겠다고 최면요법까지 써가며 어린 시절을 소환하지요. 태아 단계의 충격이 어떠니 하는 얘기도 들은 듯합니다.
인류 문명이 현실이 참 이율배반적이고 모순 가득하고 언제나 이기적이고 편의적인 면이 많지만 그렇다고 변명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지나치게 기울거나 노골적인 주장은 민망하고 거북합니다.
물론 그런 어른들만 있는 세상이 아니고 그래서 다행입니다. 어린이들을 무시하지도 외면하지도 않는 저자와 같은 분들은 그 아픔을 토닥이고 낫자고 동화를 만들기도 합니다. 힘을 내는 어린이들에게 힘을 보태고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어른들한테만 사연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에게 아픈 사연이 있을 줄 몰랐어요.”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그런 아픔을 갖고 있으리란 건 상상도 못 했다.”
어린이들의 아픔과 불행은 거의가 어른들 탓입니다. 어른들의 문제에 휘말리고 휘둘리고 엉뚱한 분풀이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가정불화, 사업실패, 가난, 여러 상황에서 세심하게 어린이들을 배려할 여유가 없는 어른들의 태도, 급작스런 환경 변화...
상처와 아픔을 주는 이들이 있다면 위로와 힘을 주는 이들도 있지요. 어른들만이 아니라 어린이들끼리의 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살펴보면 어른들 세계의 축소판이기도 한 어린이들의 세계이니 당연한 일일까요.
어린이들이 상담을 일상의 도움으로 인지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예비책은 있었으면 합니다. 예산과 전문인력만 있으면 되는 일이지요. 그래야 혼자 고민하고 상처받고 장기간 폭력에 시달리고 자살하고 화장실에서 출산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겠지요. 여기 쓰일 돈 아껴서 더 대단한 일을 하려는 계획이 없다면 말입니다.
글은 다정하고 그림은 따뜻하고 이야기속 어린이들은 씩씩하고 사랑스럽습니다. 현실에서도 어른들과 또래들의 폭력과 가해에 상처받고 아픈 어린이들이 매일 더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라며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