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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빙하의 부엉이
조너선 C. 슬래트 지음, 김아림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2년 3월
평점 :
4월 22일 지구의 날, 내가 알지 못하더라고 누군가의 멸종이 멈추길, 누군가는 기후피해를 입지 않고 안심할 수 있기를, 누군가는 가뭄과 기아로 고통 받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처음 알게 된 블래키스톤물고기잡이부엉이의 안위를 바란다.
“우리가 발견한 부엉이는 일단 붙잡히자 놀라울 만큼 얌전했다. (...) 이만한 크기의 새들은 천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새를 포획한 것도 처음이지만 이 부엉이 또한 붙잡힌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부엉이를 작은 새라곤 할 수 없지만, 양쪽 날개를 펼치면 최대 2m가 되는 부엉이가 러시아 연해주와 홋카이도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는 사실은 설렜다. 동물학자인 저자가 우연히 만나 연해주 일대의 조류 보전 활동을 위해 살기로 한 순간을 열심히 상상해본다.
마치 벼락처럼 찾아온 사랑에 빠진 순간이 아니었나 싶지만, 외모를 묘사한 문장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하고 가차 없다. “누군가가 곰에게 깃털을 한 주먹 급히 여기저기 붙인 다음 정신 못 차리는 멍한 야수를 나무 위에 올려놓은.”
아름다운 표지 일러스트와 사진, 영상을 보면 멋져 보이기만 한다. 아마도 저자는 여러 해 동안 보전 연구를 하면서, 해당 지역에 머물며 추적하고 탐험하는 동안에 더욱 애정을 키운듯하다. 눈 위의 부엉이 발자국이 “다이아몬드 위에 난 상처처럼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오래 전 생태학 공부를 할 때 여러 번 필드워크를 나갔다. 나는 특정 동식물의 보전 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집중도과 애정은 다르지만, 과학연구자로서 저자의 솔직한 태도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존경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부엉이들의 삶이 달려 있고 책임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올가미를 섣불리 설치하다가는 부엉이가 발가락을 잃을 수도 있다. 또 강가 관목과 너무 가까운 곳에 덫을 놓으면 새가 올가미에서 도망치려다 날개가 부러질 수도 있다. 일단 새를 포획하면 온갖 방향으로 일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풀어 주는 과정도 완벽해야 했다.”
외부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연구하기 전에 긴밀한 생태적 관계를 형성하고 살아온 동식물과 거주민 모두를 파악하고 이해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노력은 기본이자 본질이어야 한다. 아프리카의 밀렵은 구매자가 가장 큰 문제이지만, 밀렵수렵인들의 생계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결코 근절시킬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멸종을 막고 생태계를 보존해야 하니 당신들의 가난은 모르겠다는 태도는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물론 연구자나 팀이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지만, 연구조사보고서에는 총체적인 풍경을 담은 시선이 태도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연해주는 대부분의 다른 온대 지역에 비해 여전히 인간과 야생동물이 같은 자원을 공유하는 곳이다. 낚시꾼과 연어, 벌목꾼과 물고기잡이부엉이, 사냥꾼과 호랑이가 그렇다. (...) 연해주에서는 자연인 서로 연결된 부분들의 흐름 속에서 움직인다. 이 지역 덕분에 세계는 더 풍요로워진다.”
무해한 인간 집단과 서식은 없기도 하지만, 가능한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더 많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서로 살아남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결과적으로는 지역민을 살리자는 메시지가 부엉이도 살리게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척이나 어려운 일 중에는 그 균형점을 적절성을 찾는 일도 있을 것이다. 연구팀이 시행착오를 여러 번 거쳐 기록한 데이터는 그래서 중요하다. 정확한 과학적 상상력과 유의미한 계획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만 가능하다. 현재 밝혀진 개체수는 750여쌍. 이 숫자가 확실한 희망의 숫자이길, 희망의 시작이길 간절히 바란다.
“(물고기잡이) 부엉이는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야생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비록 부엉이 서식지 깊숙한 곳까지 벌목용 도로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이 새가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 부엉이들의 울음소리는 연해주에는 여전히 야생이 살아 숨 쉬며, 모든 것이 문제없다는 신호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