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끄는 짐승들 - 동물해방과 장애해방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이마즈 유리.장한길 옮김 / 오월의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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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여하는 방식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대부분 해시태그와 후원 클릭으로 끝나지만, 도움이 필요하고 일손이 모자라고 그보다는 문제와 현실을 인지하는 동료가 더 절실한 곳에 직접 방문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에게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빚지고 산다.

몇 주 전 유기견재활센터를 방문한 지인들은 아주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땀을 흘렸다고 했다. 매일 손을 보탤 이들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게 일의 양은 많았다고 한다. 개똥 치우는 일부터, 월동을 위한 주거 재료들과 이불을 교체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보람 있었다고.

이후 센터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전한 소식이 무척 어렵고 복잡한 생각을 하게 했다고 한다. 다양한 학대 상황에서 구출한 개들은 일정 기간 내에 입양이 성사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한다. 이런 방식의 시스템을 처음 설계하고 허용한 최초의 합의는 누가 왜 했는지 의문이고 절망스럽다고 했다.

아주 거칠게 비유해서 다양한 학대를 당하던 아이들을 구출해서 돌보다가 일정 나이까지 입양이 성사되지 않으면 모두 안락사를 시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인간의 생명일 때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 동물의 생명은 비용 계산을 끝내면 죽이는 게 그렇게 쉬운 것이냐고 묻는다.

정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현실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회문화적 시스템이 잘못이라는 말인 줄은 알지만, 살리고 죽이는 일을 함부로 하며 살아도 우리 인간은 문제없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거냐고 묻는 것인 줄은 알지만, 묻는다 해도 뭐라 답할 수 있을까. 정답이 있으면 무엇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동물의 해방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마음은 공감이나 죄책감 같은 인간적인 것과 상관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비장애중심 사회가 우리의 인간성을 억압하듯 인간중심 사화는 우리 동물성을 억압한다. 나는 내가 너무 인간적인 것에 지쳤고 동물적인 관계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해방감을 느꼈다. 기쁨만큼 슬픔을 바라볼 힘이 생기고 해방감만큼 책임감이 생긴다.

나는 일종의 분리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것은 한 사회에서 인종, 성별, 나이 기타 등등에 따라 분리되어 살자는 차별주의자의 것은 아니다. 얼마 남은 것도 없이 인간이 헤집고 파헤쳐 망가뜨렸지만, ‘야생을 그냥 좀 놔뒀으면 한다. Leave them alone!’ 인간이 위해를 가하지만 않으면 인간이 보호할 필요 없이 자연은 잘 살아간다.

친구들은 인간들은 서로도 그냥 두지 못해 늘 괴롭히고, 아직도 개인을 개인으로 존중하는 법도 모르는데 될 일이 아니라고 한다. 비눗방울처럼 연약하고 바람만 가득한 내 생각을 동정하고 꾸짖는다. 동의하고 응원하고 싶으나 안타까워 그런 것이다.

인권의 기본인 이동권을 두고 기어이 ‘논쟁’을 하자는 무지하고 무례한 제안이 받아 들여졌고 온갖 행패를 부려 제가 원하는 일시에 진행된다고 한다. 화가 나는 대신 구역질이 난다. 박경석 대표는 욕은 얼마든지 더 먹어도 좋으니 장애인 문제가 가시화되고 방송에서 다뤄지는 게 소원이라고 그 모욕적인 곳에 모욕을 당하러 기꺼이 나올 것이다.

이런 권력이 좋은가, 자랑스러운가, 갖고 싶은가. 동물과 장애인을 이용하고 해쳐서 뭘 그리 대단할 걸 얻고자 하는 건가. 대한민국에서 비장애인 인간으로 사는 일이 때론 범죄처럼 느껴져서 땀도 나고 오한이 들기도 한다. 무력감을 이고지고 달 보러 나갈 거다. 오래 전 걷기 명상을 가르쳐준 그리운 스승을 그리며 오늘도 나가본다.


"아직 자신에게 정의가 세워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른 누군가에게 세워져야 할 정의를 부인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 또한 나는 동물해방 없이 장애해방은 없다고 믿는데, 둘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 ˝정치적 투쟁의 과정에서조차, 혹은 특히 그 정치적 투쟁의 과정에서야말로 더더욱 다른 피지배 집단들의 고통이나 주장에 뜻깊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열려있음˝을 인식하는 그런 윤리를 받아들인다면 어떨까? 공감은 한정된 자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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