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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책 + 정규 9집)
루시드 폴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12월
평점 :
내 주변이 조용하다고 해서 세상이 그런 건 아니라는 걸... 문득 현실감 없이 풍경을 물끄러미 보는 시간이 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서로를 때리거나 버리거나 죽이지 않지만, 전쟁 중인 곳에서는 매일 시신이 쌓이고 정전 중인 대한민국에서도 폭력과 살해는 멈추지 않는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함께 살던 동물 가족들을 때리거나 굶기거나 버리지 않지만, 전쟁 중인 곳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야생동물들도 죽어 나가고, 정전 중인 대한민국에선 불에 타 죽고 굶어 죽고 맞아 죽고 버림받고 혹은 보양식으로 잡아먹힌다.
오래 전 인간과 개들은 서로의 계산을 마쳤는지 모른다. 서로가 ‘생존’에 유리한 ‘쓸모’가 있어서 서로를 선택했는지 모른다.
지금은 반려견이 인간을 지켜준다거나 뭘 해준다기보다는 인간이 그들을 돌봐야할 형편으로 힘의 관계가 변했다. 오래 전 그 ‘쓸모’가 없어도 기꺼이 가족으로 사는 능력,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인간은 그만큼의 진화를 이뤘다.
마음을 다 주고 살아도 네가 하고픈 말을 다 알 수가 없어서 ‘네가 되어보는 꿈을, 버리고 싶지 않다’고 하는 인간 루시드 폴이 음악과 사진을 담아 보현과 함께 하는 모습을 담은 책을 만들고, 인세 일부는 유기견을 위해 사용한다.
올 해 ‘세계 강아지의 날’에 도움 되는 일은 아무 것도 못했는데 선물만 받았다.
내게도 떠오르는 그리운 가족이 있어 가만히 한참 보았다.
오늘은... 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