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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 하편 - 교과서보다 쉽고 흥미진진한 물리학 교실 ㅣ 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천아이펑 지음, 정주은 옮김, 송미란 감수 / 미디어숲 / 2022년 4월
평점 :
상권에서는 친절한 교과서처럼 물리의 기본 개념들을 차분히 설명해주는 느낌이었다면 하권에서는 재밌는 실례들에 더 집중한 분위기이다. 물리학의 전공분야들 중에서 전자기학이 별로였던 나는 그 중요성을 분량으로 강조한 이 책이 오히려 신뢰가 간다. 지금 생각하면 뭐 그리 싫을 게 있었나 싶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전자기장의 영향을 받고 산다. 인간의 몸은 전도체이다. 달리 말하면 전하가 늘 흐르고 있고 전기작용이 늘 일어나고 있고 언제든 전기가 통과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 원자의 구조가 그러하니 원자의 구성물인 모든 존재 역시 그러하다.
이에 더해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물건들 역시 전자기의 힘으로 운용된다. 쓸만한 힘을 내려면 에너지를 집약해야 하는데 그러다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기적이 상존하지만 전기가 뒤덮고 있는 공간에 살면서 전기사고가 드문 것 역시 기적 중 하나이다.
“유조차가 오일을 담고 운송하는 중에는 연료유와 오일탱크의 마찰과 충돌로 정전기가 발생하게 된다. 만약 이때 발생한 정전기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누적된 정전기가 스파크를 일으켜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땅과 잇닿은 쇠사슬로 정전기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한 번도 못 본 장면이라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간단한 방식으로 전기를 지면으로 보내는 영리한 아이디어이다. 소음은 괜찮은 건가? 누구 이런 장면 보신 분~
전쟁은 범죄이고 전쟁에 무슨 영웅이 있을 수 있냐고 생각한다. 그러니 ‘전서구’ 비둘기의 군사적인 목적이 달갑지 않지만, 덕분에 비둘기에게 내장된 내비게이션을 알게 되었다. 고대이집트인들은 이미 비둘기의 장거리 비행 능력, 방향 감각, 귀소 본능의 탁월함을 알아차렸다.
20세기 과학자들이 훈련받은 전서구들의 날개 아래에 작은 자석을 매달았더니 귀소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자석의 자기장이 비둘기 체내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혼란을 가져와 방향감각을 잃은 것이다. 그래서 비둘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미안하고 슬프다.
더 놀라운 것은 해부를 통해 전서구 머리 부위에서 강자성을 띤 사산화삼철Fe3O4 입자를 다량 발견했다는 것이다. 정말로 자기장을 감지하는 세포가 있다니, 나만 놀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인가 싶지만, 이 입자들이 배열을 형성하며 지구자기장에 매우 민감한 내비게이션을 구성한다니 멋지다. 방향감과 공간감이 부족한 내게는 없을 지도…….
인간으로서 나는 국가, 산업, 도시화된 기반시설들과 독립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존재인가. 전기 하나만을 가지고 가만 생각해본다. 전기가 없으면 내 생활과 생존은 가능한가. 만약 전 세계에 전기 공급이 없어진다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전기 없이도 인류는 길고 긴 세월을 살아왔는데도 나는 눈앞이 깜깜하고 막막하다.
“사람 귀의 가청주파수 범위는 20~20,000Hz이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청력에 손상을 입는 까닭에 중년 이후부터 고주파 소리에 대한 청력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를 의학 용어로 노인성 ‘난청’이라고 한다. 잘 느끼지 못할 뿐, 40~50세 이상의 성인 대부분이 이 같은 증상을 보인다. 그중에는 ‘나이가 들어 귀가 잘 안 들린다’고 한탄하는 사람도 있는데, 유심히 관찰해보면 사실 이런 사람이 큰 소리는 잘 못 들어도 작은 소리는 잘 듣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손상된 청력 더하기 나이 들어 손실되는 청력까지 더하면 지금 들리는 것들이 다 행운이라고 느낀다. 듣고 싶지 않아 괴로운 내용들도 많지만. 음악은 특히 현악기의 떨림과 울림은 오래오래 듣고 싶다. 좋아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더 오래 듣고 싶다. 계절마다 들리는 빗소리와 바람소리도... 생각만 해도 설레네. 노인성 난청으로 작은 소리를 잘 듣게 된다면 새롭게 들리는 다른 소리들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 기쁘다.
이 책에서 적외선, 자외선, 가시광선 설명하는 내용을 읽다가, 어제 이웃님이 공유해주신 판데믹 시절 ‘방역’과 ‘소독’ 관련한 아주 중요한 글이 생각났다. 인간이 하는 여러 어리석은 짓거리들 중에 시간을 두고 되갚음을 당할 짓이다. 내 손, 내 몸, 내 집만 소독하면 안전해진다는 생각 - 개인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 그런 생각이 확산될수록 판매가 늘어나는 관련 산업, 그래서 광고들...
자외선과 면역력만으로 인간은 생존 가능하게 진화했는데, 이미 그것만으로도 때론 강력한 유해물질이 되고 독이 되고 면역체계는 인간을 공격하기도 하고 면역폭풍 - 과민반응 - 으로 사망하는 부작용이 있기도 하다. 있는 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대신 대체품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내 생각에 상품이 아니고 공짜이기 때문이다. 돈이 안 되니까. 참 나쁜 유해한 시스템이다. 인간이 멸종한다면 그건 자본주의 때문이다.
“3D 영화는 빛의 편광 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좌우 양쪽의 눈으로 동시에 물체를 관찰하는 경우, 시야가 확보되고 물체의 원근을 파악하게 되어 입체감이 생성된다. (...) 즉 왼쪽 눈은 왼쪽 영사기에서 내보낸 화면만 볼 수 있고 오른쪽 눈은 오른쪽 영사기에서 내보낸 화면만 볼 수 있다. 그 결과 입체감이 생긴다. 우리가 3D 영화를 즐길 때 편광 안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3D가 아니라도 좋으니 영화관 가고 싶네. 어째... 글이 물리학을 핑계 삼은 하소연들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