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참다 - 코로나 시대 우리 일
김종진 외 지음,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외 기획 / 후마니타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의 레터가 숨 막히는 상황에 처한 이들을 담은 듯하다. 2020년 초에는 혼란스럽긴 했지만 예민하기도 했다. ‘집에 머물라는 행정조치의 폭력성도 잘 보였다.

 

개인으로서 저항하거나 제안할 별 다른 방법이 마땅하지 않아서였는지... 남의 숨막힘보다 내 일상의 불편이 더 중요해졌는지 어느덧 염려도 시선도 뿌옇게 뭉개졌다.

 

가족 친지 중 해고당한 이도 업장을 닫은 이도 없다내가 가진 불만은 불편 정도에 다름 아닐 것이다최전선의 사람들사회필수인력이라 불리며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과로와 희생을 요구받고 치르는 사람들... 생각을 거듭하며 할 말을 수없이 삼켰지만결국엔 말 하지 않고도 견딜만했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해가 거듭할수록 판데믹을 사는 모양새는 더욱 기이해졌다계절이 바뀌어도 백신을 맞아도 방역 지침을 지켜도 상황은 나아지지도 끝나지도 않았다해외여행을 못 가는 걸 제외하면 판데믹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별 일 없이 잘 사는 이들도 많았다.

 

해마다 사회지표로 등장하는 숫자들은 어떤 고통이라도 수익과 자산증대에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었고이전에도 심각했던 빈부격차는 끔찍한 수위로 더 멀어져만 갔다그나마 사회적 논의의 공론장에 위축되지 않고 등장하던 사회 안전망을 위한 의견들은 안전에 꾸준히 밀려났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학교가 꽁꽁 문을 닫고 외부인 출입금지가 된 지 2년이 넘었기 때문이었다한 학교에서 15년간 계약을 유지하면서 수업을 해온 현진씨도 외부인이었다. (...) 처음 찾아간 곳은 쿠팡이었다. (...) 첫날은 숨도 못 쉬고 일하다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쓰러졌다.”

 

지금 일하는 곳은 슈퍼예요까대기++라고 아시죠물건 박스 뜯어서 비지 않게 계속 갖다 놓는 거. (...) 근데 쿠팡 힘든 거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돼요.”

 

한국 사회의 법과 정책은 촘촘하고 사려 깊게 제정되고 시행되지 않았다그마나 얼기설기 마련된 안전 그물망이 어디가 찢겨나갔는지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다.

 

월수입이 아예 0원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79.5퍼센트(2020년 2학기 기준)에 달했다여성들이 주를 이루는 방과 후 강사를 부업’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실제 생계를 책임지는 주업으로 일하는 경우가 97.5퍼센트에 이른다.”

 

학교와는 2020년 3워에 시작해서 그다음 해 2월에 종료되는 계약사를 작성했지만 3월에 수업을 열 수 없게 되자 학교는 강사들을 불러 계약 기간을 고쳐 쓰게 했다.”

 

학교는 방과 후 학교를 열지 못하는 이유로 안전을 꼽았다오전에는 안전한 학교가 오후에는 불안한 공간이 됐다. (...) 위탁 계약을 하고도 학교가 수업을 열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건 관련법이 없기 때문이다. (...) 법이 아니기에 강제성이 없다.”

 

아예 그물 같은 건 걷어치우자는 주장이 가능한 시절이 올까 두렵기까지 하다어떤 인권은 곧 생명이고 시급하게 행사가 가능해야만 하는데생존과 삶은 동의어가 아니다.

 

더 힘들어질 지도 모를 시간아픈 위로도 분명 위로라고 믿는다부끄럽고 미안하고 속상하고 여전히 화가 나는 감정을 다듬지도 부정하지도 못하고 읽는다.

 

경중은 달라도 함께 고통 받은 이들은 지금도 함께 라고약자들을 향한 손가락질에 능하고 욕설이 즐거운 이들 말고판데믹의 원인은 기후위기라고 바로 본 80%가 넘는 이들이 힘을 다해 일상도 세상도 지키고 있다고 믿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