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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 :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화이자의 대담한 전략
앨버트 불라 지음, 이진원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3월
평점 :
‘문샷’은 즉각적으로 로켓과학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건 과학전공자인 나의 연상 작용이고, 일상어로 사용되는 이 단어는 ‘로켓을 달에 쏘아 올리는 일만큼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뜻한다. 화이자 개발의 거의 전 과정을 담았다고 한다. 급박한 시기에 공적자본이 아닌 사기업으로서 손익계산과 결정에 이르는 갈등을 어떻게 처리한 것인지 궁금했다.
애초에 이런 문명양식과 생활방식이 아니라면 기후위기와 바이러스 판데믹을 겪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런 가정은 현재와 현실에 무의미하다. 자본이 집약된 글로벌 기업이 어쨌든 그 힘과 영향력으로 단기집약적인 백신개발에 성공한 것을 복잡한 심정으로 읽었다. ‘옳다고 믿는 일’을 밀어 붙일 수 있었던 조건은 20억 달러 프로젝트가 실패해도 산산조각 나지 않을 회사의 CEO였기 때문이다.
상장 기업의 경영진 회의에서 예산 초과 지출과 예상을 밑도는 수익을 알고도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은 믿기 힘든 사실이다. 모든 회사의 CEO의 권한이 같지는 않겠지만 ‘수없이 많은 생명이 걸린 지금처럼 위험한 상황에서 돈은 우선 고려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에 만장일치를 했다니. 나의 의문과 혼란은 차치하고 계속 읽어본다.
저자는 그리스출신 미국이민자이고, 어머니가 홀로코스트 기간 나치의 총구 앞에서 불과 몇 분 간격으로 아슬아슬하게 죽음에서 벗어났다. 5만 명 중에 2,000명만 살아남았다. 그는 자신이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 낙관주의자가 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한다. 확전이 될 것인지 모를 상황을 지켜보는 지금은 그 장면들을 문장으로 읽는 것도 떨린다.
개발팀의 다수가 거주하고 일하는 뉴욕시의 상황이 엄중했기 때문에 한국인이 경험한 판데믹 상황과는 심각성에 대한 인지가 달랐을 것이다. 적어도 가족, 친구, 이웃, 동료 시민들의 시신이 냉장 트럭에 쌓여가다... 실수나 사고로 문이 열려 시신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수습이라곤 다시 트럭에 급히 싣는 것 이외에 없는... 그런 일은 없었으니까.
5세~11세 아이들 백신 접종에 대해 염려가 다양하다. 할 말은 아니지만 확진 후 완치된 아이들이 부럽다고도 한다. 2상이냐 3상실험까지 마쳤냐에 따라 안전도에 대한 불안 차이도 크고, 이 책을 통해 유색인종이나 여성 등 소수 집단이 연구 표본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사실임을 재확인했다. 백신이 그런 관행을 깨트린 계기가 된 것이 ‘역사의 간지’처럼 느껴진다.
! Equity에 철학 기반을 두고 있고, 밥 한 끼 값으로 백산 가격을 정하자는 노력이 있었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함께 판데믹을 겪는 전 세계에 백신은 모두 공급될 수 없었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지금도 변이를 거듭하며 진화 중이다.
! 이런 현실에 대해 화이자 기업에 모든 책임을 물으려는 것은 아니다. 왜 다른 조직은 필요한 기능을 못했나 그게 더 아프다. 지구공동체로 살아간다는 동료 의식이 간절할 뿐이다. 그 동료에는 지구는 나누어 쓰는, 잠시 머무는 모든 생명체가 포함된다.
! 백신 개발과 화이자 그룹에 관련된 - 나는 모르던 - 논란이 거세서 놀랐다. 이 책을 읽고 지인들의 의견을 묻고 들으니 혼란이 더 가중된다.
! 꿀벌 60억~77억 마리가 사라졌다. ‘사라졌다’는 표현이 모호하지만 꿀벌들이 장난으로 다 함께 어디 숨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내 최대 관심사는 우리에게 남은,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늦지 않게 행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