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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사피엔스 - 또 하나의 현실, 두 개의 삶, 디지털 대항해시대의 인류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1월
평점 :
‘이게 진짜 현실인가’ 싶은 큰일들이 적지 않은 2022년을 살고 있다. 여러 현실을 수십 년간 보며 산 기성세대인 나의 황당, 황망, 당황에 비추어 청년, 청소년 세대가 경험하는 2022년 대한민국과 국제정세를 짐작해보려 애써 본다.
“뇌는 직접 사물을 보거나 만지지 않으며 (...) 세상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눈, 코, 귀와 같은 감각기관들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 이 정보를 기반으로 세상을 해석합니다. (...) 따라서 뇌는 진화적으로 눈, 코, 귀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절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항상 해석합니다.”
메타버스에 관한 책들을 계속 읽는 목록에 두었다. 경험은 적고 개념 정리도 부족한데 그런 사정은 봐주지 않는 속도로 세상은 바뀌려나보다. 비교적 적은 분량의 책이지만 상대적으로 오래 전부터 21세기에 대해 분석하고 진단한 전문가가 정리한 내용이라 아주 구체적이다.
비동시성의 동시성은 늘 불현 듯 드러나서 깜짝 놀라긴 하지만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도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 주기를 줄이며 분명히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가 21세기의 시작으로 특징되는 것이 비극이기도 하지만 인류 문명사적 문제의 진단을 확실히 하고 고민하기에 더없이 귀한 기회이다.
! 오늘날 가속화되는 다섯 가지 트렌드 : 탈세계화, 신냉전, 기후 위기, 정체성 위기, 코로나19
저자는 이 중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칠 흐름이 ‘탈현실화’라고 한다. 심정적으로 바로 동의할 수 없음이 내가 속한 세대를 증거하는 것도 같고, 왜 그런지 주장을 확실히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단지 보고 들을 수 있었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그 정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체화된 인터넷은 이전의 인터넷과 다릅니다.”
! 메타버스 : 비국지적 경험이 가능. 여러 개의 몸을 지닐 수 있는 미래 인터넷. 체화된 인터넷. 디지털 현실 플랫폼.
“현실은 소통을 필요로 합니다. 혼자만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꿈, 감정, 생각 그리고 현실은 다른 이들에게는 무의미합니다. 따라서 현실은 일종의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이전 다른 책에서도 우리 뇌는 우리의 우려나 짐작보다 훨씬 메타버스에 잘 적응하고 쉽게 이주할 것이란 주장을 들었다. 아날로그 현실을 직접 만난 적도 없이 늘 현실을 재구성해서 받아들였으니, 외부에서 주어지는 감각자극이라는 점에서 그것이 현실이건 가상이건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언가라는 면에서, 결국 나 자신은 리모컨과 비슷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나라는 정체성은 언제나 확장되는 것이 가능합니다.”
얼핏 들으면 ‘상상’만으로 가능한 세계인 듯하지만,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산업구조는 현실 세계에 자리 잡고 있는 물질적 존재이며 현실 세계의 자원과 인력을 사용해서 가상현실을 만들고 관리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가상현실’이란 제품이 현실 세계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 지는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믿는다.
메타버스에 하루 종일 머무는 인간의 숫자가 늘어난다 해고 그 인간의 몸은 현실에서만 생존 가능하다. 정말로 메타버스는 현실을 갈라놓을 것인가. 현실에서 도피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메타버스는 정말 탈현실화된 세계인가. 각 세대별 ‘현실’은 달라질 것인가. 미래의 ‘현실’이란 어떤 의미일까... 무엇일까.
“뇌과학적으로 미래를 예측해보자면, 메타버스라는 완전한 디지털 현실은 결국 구현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