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 우리 일상을 바꾸려면 기후변화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리베카 헌틀리 지음, 이민희 옮김 / 양철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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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정의 스펙트럼 중 분노에 대해서... 마지막 글...

 

이 책에서는 각 장마다 하나의 감정에 집중한다그렇다고 모든 감정이 확실한 구분이 가능하고 따로 발현되고 작동한다는 것은 아니다당연히 모든 감정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감정들은 겹쳐서’ 작동한다그러니 이 미묘한 감정의 작동 방식에 맞는 섬세한 정서적 소통이 필요하다가능한 모든 방법이 순서를 바꿔가며 등장해야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희망과 의지를 불어놓으려는 기후변화 메시지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포와 분노를그의 친구에게는 절망을이웃에게는 무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가치 있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분노는 불편하다그래서 평판이 나쁘고 거의 언제나 부정적으로 비친다.’ 이미 장애로 분류되어 있다 분노조절장애그러니 반사회적이고 위험한 이 감정을 재발견하고 다루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발현되면 사고와 판단을 마비시킬 듯한 이 감정을 다룬 문장들을... 나는 겁을 잔뜩 먹은 채로 천천히 읽었다내가 가진 이미지 속 분노의 장면들은 술집 난투극길거리 묻지마 폭행난폭보복운전욕설악담방화살인 등이다.

 

인간의 모든 감정이 그렇듯이 분노는 특정 상황에서 그 목적을 달성한다. (...) 펜실베이니아 (...) 연구진은 분노가 대체로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감정으로 보여도 실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 분노가 파괴적이라는 지나치게 단순한 관점 대신사람들이 사회 정의 문제(이를테면 차별)를 해결하도록 고무하는데 분노가 가장 큰 동력이라고 보고한 연구를 인용한다.”


분노가 필요한 순간 동력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그런데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는 모르겠다개인차도 있겠지만 분노는 엄청나게 폭발적인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그 동력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의 천천히 타는 다른 동력을 마련하는 일은 짐작보다 빨리 준비되어야할 지도 모르겠다혹은 그래서 감정이 단독이 아니라 겹쳐서 기능하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문득 교양 있게 조곤조곤 천천히 조용히 말하지 못하냐고 타박하는 구경꾼들 생각이 난다나도 그리 멀리 있지 않았던 시간도 있다이제는... 그들이 목소리를 높여 외쳐야할 때까지 그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 상대편을 같이 째려보고 싶다권력이 없는 이들이 일상의 피로감이 지극해도 결국 격분하게 만드는 소통권리의 주장필요한 표현...

 

분노로 촉발되고 차분히 대화하는 여성들이 상냥한’ 여성들보다 많아지면 좋겠다분노가 만이 아니면 좋겠다분노로 점화된 불은 오래 타면 좋겠다억울한 사람들이 울기보다 분노하면 좋겠다그래서 분노할 일들이 매일 더 적어지면 좋겠다.

 

분노의 단점은 물론 있고 중요하고 시행착오와 오류와 부작용들도 있다그러니 정의로운 우리와 무찌르자 적의 구도는 곤란하다정의롭고 옳다고 화만 내어서도 곤란하다그래선 우리가 될 수 있었던 사람들의 분통만 터트릴 것이다.

 

우리는 기후변화를 우리와 그들의 전쟁으로 보지 않고도 분노하거나 좌절할 수 있다마셜은 기후변화의 원인을 눈가림하거나 왜곡하려는 이들을 적이 아닌 방해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다). 그리고 (...) 기후변화를 해결하려는 우리 노력을 전투가 아닌 게임으로 여겨야 한다아주 기나긴 게임.”

 

참 어렵다... 하지만 연구는 계속될 것이고 미래세대는 기대보다 멋지게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왕 살아 있는 한 뭐라도 해본다더 나은 다른 선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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