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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 우리 일상을 바꾸려면 기후변화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리베카 헌틀리 지음, 이민희 옮김 / 양철북 / 2022년 2월
평점 :
1. 첫 번째 글... 글이 길어져서 나눠 올립니다.
‘홀로코스트’는 감정적이었나, 푸틴의 ‘침공 전쟁’은 감정적인 행위인가. 그렇지 않다. 폭력도 권력도 감정적이지 않다. 이성의 현현이라 자신을 믿는 남성들이 이성의 힘을 모아 만든 조직인 국가에서, 이성의 결정인 과학의 힘으로 개발한 무기를 사용해서, 가장 조직적인 군대를 동원해서 벌이는 범죄이다. 이들의 이성은 그 자체가 폭력이다.
보완보다 대립을 확실하게 가르치는 근대교육은 이성의 대립에 감정을 위치시켰다. 일관성 없는 불규칙한 어떤 것.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성에게서 더 많이 보인다는 것. 증거는 없지만 뇌가 아닌 가슴에서 나온다는 것. 인간의 뇌가 확실하게 갈라져 별개로 작동한다는 터무니없는 얘기처럼 이런 신화는 여전히 퇴출되지 않았다.
이런 글을 쓰는 나는 이성과 합리성의 세계에서 훈련받으며 그 세계를 편하게 여기며 살았다. ‘시대정신’또한 믿었다. 사회적 산물로서의 감정에 대해 무지했고, 감수성 훈련의 효율성을 반가워했으나 감정이라는 사회성과 인식은 몰랐다. 늘 누구나 감정적으로 살고 이성적인 반응에 실패(?)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질문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궁금하고 끌리면서도 두려웠다. 원제와 달리 ‘감정적으로 이야기하자’고 하니 읽고 배우면 되는 일인데 나보고 말해보라는 듯 어찌할 바를 모를 기분이었다. 어쨌든 읽어봐야 반대하든 부정하든 동의하든 혹은 공감하고 변하든 할 것이니 읽었다. 소제목에 깜짝 놀라기도 하면서.
내가 환경문제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90년대 초중반이었다. 어떤 계시를 받거나 특별한 사적 경험때문이 아니라 당시 시대정신 중 하나로 회자되었다. 무척이나 실천적 측면이 강한 철학이자 사상이었다. 이론의 진보성과 일상의 보수성의 구분이 크면 - 예를 들어 환경보호를 외치면서 화석연료를 펑펑 쓰는 생활태도 - 바로 가짜가 되는 실천적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으로서 사회적 활동이 상당히 제한된 삶 - 생존하고 학습하고 -을 살던 나는 크게 불편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당시 나는 환경문제 역시 학습의 대상이고 연구와 학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쉬운 것은 늘 전문가와 과학적 증거, 합의들이었다. 그러니까 저자와 유사한 태도와 경험을 한 것이다. ‘온통 이성적으로’ 대했다.
“그래서 이 감정의 변화가 흥미로웠다. 나는 스스로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숙련된 변호사이자 사회 연구자로서 (...) 정밀 조사에 맞설 만한 증거를 근거로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실제 위협에 대한 경각심으로 바뀐 그 전환의 순간은 (...) 내 큰 딸보다 고작 몇 살 많은 한 무리 아이들이 거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에 반응했다. 기후변화 문제가 갑자기 내 문제가 되었다.”
“지금도 나는 공포, 분노, 슬픔, 희망, 수용, 심지어는 상황이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겠지 하는 부정의 형태로 나타나는 끝없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인생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에 대한 감정도 나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 도움이 된다.”
나는 저자가 ‘분노와 공포에서 사랑과 상실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모든 스펙트럼을 탐색할 것’이라고 해서 놀랐다. 나는 비교적 짧은 질문들 - 감정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왜 감정적으로 대해야 하는지, 그 방법은 얼마나 효과적인지 등등 - 을 가지고 있었고 언제쯤 해답을 찾을 수 있을 지에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심적으로 흔들리고 불안해지기도 했는데, 사회적 심리적 요인을 알아야 사람들이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를 알 수 있고 더 잘 유도할 수 있고 그러한 행동 방식에는 투표권 행사나 항의도 포함된다고 해서 안정을 찾았다.
그렇다고 분리수거 잘 하는 법, 자전거 출퇴근처럼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긍정과 낙관을 기반으로 둔 희망은 아니다. 훨씬 더 확실하고 직접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해결 능력이 없다는 변명을 용납하지 않는다. 설득과 행동을 통해 미래를 구해야 한다는 당위와 명령에 가깝다.
“우리가 행동하면, 희망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TED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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