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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평화입니다 ㅣ 마음 동시
박혜선 외 지음, 윤태규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며칠 전에 누군가가 한 작가를 꼭 집어서 당신의 글은 먹고 사는 데 문제없는 사람들만을 위한 글이다, 라고 지적한 글을 보았다. 먹고 사는데 문제없는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는 작가가 있으면 안 되는 것일까. 그 작가가 먹고 사는데 문제 있는 사람들을 욕하는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누구나 자기 글을 쓰고 누구나 읽고 싶은 글을 찾아 읽는 것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그 사람을 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를 읽으며 여러 생각이 들어서 함께 떠오른 기억이다. 동시집을 좋아해서 소리 내어 낭독하는 일을 가족 모두가 좋아한다. 매번 놀라울 정도로 주제들이 다양하고, 세상사는 많은 문제들을 담고 있어서 때론 많이 부끄러울 때도 있다. 휴일이라 한껏 게으르게 지내다 깨끗한 거울에 비친 나른한 모습이 흠칫 놀라는 기분처럼.
이제는 작시를 안 하지만 우리 집 십 대들도 초등 저학년 때는 시를 자주 썼다. 객관적 판단이 불가능한 애정이 있어 다 좋아보였다. 지금 와서 나쁘다는 게 아니라 글을 보면 아이들이 참 안전하고 즐겁게 살아서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다른 현실에 대해 너무 몰라 아무 면역도 없는 건가 불안한 마음이 치솟는다.
믿고 상상하고 기대하는 대로 만드는 것이 유일한 현실이기도 하지만 타인에 대한 시선과 이해와 공감을 위해서는 좀 더 폭넓은 간접 경험들이 필요하다. 가정폭력과 사회범죄에 피해를 입는 또래들에 대해서는 어떤 공감을 할 수 있을까. 사건 자체를 이해는 할까.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적진 않다.
순간적인 기지와 포착에 있어서 아주 예민한 아이들의 시라서 놀랍고 직설적인 시어들이라 도망갈 곳 없이 복잡한 감정을 느껴야만 할 때도 있다. 다른 어른들과 얘기하다 답답했던 주제를 속 시원히 내 편을 드는 것처럼 적어 주어 고마운 시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다 보고 생각하고 있구나 해서 안심이 된다.
어릴 적 읽은 동시들을 단 한편도 다 외울 수가 없고, 어릴 적 쓴 시들도 기억이 안 난다. 주로 자연, 계절, 일상, 우정 등등 무사태평한 소재들에 주목했던 것 같다. 이번 동시집을 만나, 어른들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접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한다. 살던 대로만 살려고 하는 어른들과 대화하기를 포기하고 직접 행동에 나서는 십대들도 많다.
피라미드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란 글귀가 있었다고 하지만, 아이들의 눈이 밝고 마음이 다감하고 글이 다양한 것이 나는 조금은 애틋하고도 존경스럽다. 어른이라서 가능한 안전하게 유년 시절을 지켜주고 싶은 오지랖과 가능한 여러 충격을 잘 흡수하며 곧게 설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두 마음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공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가 지금의 어린이들을 제외한 어른들이 만든 문제들... 산업화, 폭력, 범죄, 전쟁, 환경 파괴, 인종차별, 외모차별, 능력주의... 유구무언이란 말이 있어 다행이다. 짐작한 ‘동시’의 영역을 훌쩍 넘어선 작품들을 만났다. 적어도 어린이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생각은 다듬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된 귀한 책이었다.
시인의 질문들을 옮겨 봅니다. 각자의 답을 찾아보세요.
- ‘평화!’ 이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말이 떠오르나요?
- 단어 말고 ‘평화’와 함께 떠오르는 풍경과 느낌은 무엇인가요?
- 내가 평화를 느낄 때는 언제일까요?
“‘아, 평화롭다.’라는 말을 자주자주 했으면 참 좋겠어요.”
! ‘평화’ 단어가 들어간 노래 찾기 꽤 (어렵고)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