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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한 바보 목사입니다 - 힐링편지 쓰기로 은퇴 없는 100세 현역인생을 살아가다
이형우 지음 / 밥북 / 2021년 12월
평점 :
행복, 바보, 목사... 세 단어가 하나 같이 흥미롭다. 종교가 없어도 존경하는 목사님, 신부님, 스님, 수녀님은 계시다. 이 책에도 등장하는 무척 가난한 이웃들의 동네에서 ‘개척교회’를 만들어 함께 사시는 잘 아는 목사님도 계시다. 가난한 신자들이 더 가난한 목사 가족과 교회를 염려하는 그런 공동체가 지속되는 일은 외부자인 내가 보기에는 기적 같은 연대이다.
사회에 오물을 뿌리듯 회자되는 세습교회의 작태들을 알고 있으니, 교회와 후배를 생각해서 정년 보다 일찍 은퇴하는 일은 드물 거란 짐작을 해본다. 저 세 단어들을 수식어로 가지는 이유가 읽다 보면 어렵지 않게 다 나올 듯하다.
황해도 출신 조부모님도 신앙생활을 하셨고 아버지도 목회자이다. 손주이자 자식인 저자는 반발심에 목사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무척 좋은 삶을 보여주셨나 보다. 따라하고 싶고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은 논리와 설득이 아니라 사는 모양새를 보고 느끼는 경우가 더 강력하니까.
“내가 위험한 일을 당하면 목숨 걸고 나를 지켜주실 나의 하나님의 모습을 나는 할머님에게서 보며 자랐다.”
저자의 직접적인 메시지에서 뭔가 배우겠다는 의지보다, 이 에세이는 한반도에서 태어나 살아간 분들 각자의 대하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내 조부모님과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가 모자라다고 생각하는지 나는 늘 구술로 전해지는 시난고난 개인의 생존사가 궁금하고 끌린다.
뭔가 더 안전해졌지만 더 불행해지고 혼란스러운 시간이 더 길어진 듯한 - 내 착각일 가능성도 분명 있지만 - 삶을 산다는 생각에서 자꾸만 타인의 삶이 궁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존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때의 인간의 생명력이 집중력이 부럽다는 불경한 생각도 한다.
한때 목사가 되기 싫었다고도 고백하지만, 저자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일에 아주 최적화된 이로 보인다. 고생한 이야기만 내내 하는데 사람들의 숫자만 일정 정도가 넘어도 몹시 힘들어지는 나로서는 경탄할 만큼 늘 사람들 속에 있다.
진짜 오랜만에 종이신문배달 이야기도 만나고, 군대 제대 후에는 오징어잡이 배의 선원이 되었다. 육지생물이 바다 위에서 수렵을 하는 건 정말 최고로 힘든가보다. 너무 힘들어 차라리(?) 목사가 되겠다고 결심을 한 것을 보면!
등록금 등등 일체를 지원받지도 못하고 저자는 목사가 되기로 한 이후에도 다른 직업을 가진다. 나도 추억이 있는 계몽사 출판사 세일즈 판매를 하며 야간 신학에 갈 생각을 한다. 당시 집집마다 방문하는 대면 판매 형식의 세일즈에서 역시 나는 사람을 만나고 얘기하는 일에 편안한 저자의 능력을 느낀다. 목회와 설교가 요구하는 능력을 이미 갖춘 분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지도 못하고 대형교회로 확장도 못하고 그나마 신도들과 함께 마련한 재산을 사기 당하기도 하고. 그래도 모두 다 길거리로 쫓겨나갈 형편에까지 이르지 않은 것이 안심이다. 작정하고 사기치는 사람을 누가 당하랴 싶기도 하고.
수월한 여정을 살아오지 않은 사람이 하는 선택들을 본 경험에 따르면, 그 불안한 시절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다시는 그런 상황이 되면 안 되니 가능한 자신을 안전한 위치에 올리려는 이가 있다. 일단 목표가 그렇게 정해지면 타인에 대해서는 가차가 없다.
다른 경우는 내가 힘들 때 같이 힘들던 사람들, 나는 조금 편안해졌지만 여전히 힘든 사람들을 잊지도 눈 돌리지도 않는 선택이 있다. ‘행복한 바보 목사’는 교회에 찾아오는 이들의 형편을 살펴 여비와 위로를 건넸다. 옷도 새로 맞춰 드리고, 물건도 팔아드리고, 식사도 차량도 지원해 드리고.
선택의 이유는 각자 자르겠지만, 저자는 목사님이고 목회란 사람을 품고 가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사람들에게 했던 말과 행동과 삶을 닮아가려 노력하는 것이 목회자의 모습이라 믿는다. 뜻과 원칙이 높고 단단하다고 시험과 고난이 없었을 리는 없지만... 세상에는 놀랍도록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사랑이 있는 단 한 번의 여행이 인생’이라고 저자처럼 생각한다면, 여행길에 굳이 짐을 늘릴 이유도 화려한 옷을 갖출 이유도 산해진미만 먹을 이유도 사라진다. 그래서 목사님은 나누고 베풀며 사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경제를 소개한다. 물론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았던 삶의 모습을 들려준다.
원칙도 물렁하고 세계관도 구체적이지 못한 탓일까. 나는 좋은 일들은 가능한 많이 일어나면 좋겠다. 그걸 어느 신이 해도 좋겠다. 자신이 가진 믿음으로 힘겨운 상황을 잘 견뎌내면 좋은 것이고, 더 힘을 내어 원하던 꿈을 이룬다면 더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떠들썩하게 알려지면 좋겠다. 탐욕과 거짓을 변호하는 일들 대신.
지금하시는 수천 명에게 카톡 편지를 보내는 일을 즐겁게 하시길, 꼭 하고 싶은 일만 하시며 사실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