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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파괴 - 최적한 성과와 관계를 만드는 컬럼비아 대학교 갈등고리 해결 프로젝트
제니퍼 골드먼 웨츨러 지음, 김현정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월
평점 :
‘갈등’이 전혀 없는 사회 혹은 상태를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다시 떠올려봐도 으스스하게 무섭다. 어감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갈등은 아주 중요한 동력이기도 하고 문제 해결의 방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모두 다른 타인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갈등은 먼지만큼이나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문제는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통해 소통하고 협의에 이르는 과정과 방식이다. 올바른 가이드에서 벗어나지 않고 공정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참여자들은 성장할 기회가 되고 인간관계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말만 들어도 피하고 싶고 다시는 안 겪고 싶은 것은, 아마도 동일한 갈등이 해법 없이 반복되는 일일 것이다. 말만으로도 너무나 피곤하다. 해결이 안 되는 이유가 다양할수록 에너지 소모가 심하고 결국엔 해결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진실이기를 바라는 것과 실제로 진실인 것을 혼동하는 사람은 현실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다.”
이런 결과는 개인간이나 가정 내, 즉 사적관계 내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거의 모든 곳에서 갈등은 발생할 것이고, 규모에 따라 수많은 거대한 갈등 상황도 있다. 그 중 최고는 사회, 국가 간의 갈등일 것이다.
마음에 안 드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다 죽이자, 는 제안에 동의하지 않고, 교육과 사회화를 통해 문명인으로 진화한 인간은 언어로 갈등을 해결해보자는 연구를 착수했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책에 소개된 ‘분쟁 해결 및 협상 프로그램’은 하버드 대학 법학대학원 협상 프로그램이다. 저자는 갈등 관리 전문가로서 이 프로그램 워크숍을 진행했다.
다시 비교하자면, 전쟁이 승자 독식 구조라면 분쟁 - 갈등 - 해결이란 상호협력을 통한 상호 승자가 되는 접근 방식이다. 듣기에만 좋은 이상적이 제안이 아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기업들의 조직 갈등과 심각한 국제 분쟁에서의 문제 상황들을 타개해 내었다.
번역서의 제목도 인상적이지만, 원제의 제목도 협상의 최종 목적에 잘 어울린다. Optimal Outcomes: 최적의 결과. 독자들은 베테랑 협상 전문가가 아니니 해결되지 않는 고약한 갈등 상황에 잘 접근하기가 힘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은 일독할 가치가 크다.
전문가의 축적한 경험이 가진 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태도, 저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례들을 보며 상황에 맞는 반응과 대응 방식을 간접 경험하기, 그리고 어쩌면 가장 어려운 갈등에 반응하는 감정을 분석한 내용을 찬찬히 읽었다.
“타인의 갈등 습관을 밝혀내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다.”
나와 상대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면, 상대만이 아니라 나의 상태도 바로 보아야 한다. 가능한 모든 면들을 보아야 갈등의 본질이 파악된다. 다음으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가능한 깊게 한다. 비용 - 혹은 희생 - 은 가장 적어야 하고, 편익 - 최적 결과 - 는 가장 크고, 협의하는 방안은 실행 가능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감정을 인정한 뒤 패턴을 파괴하는 건설적인 행동을 위한 촉매제로 활용해야 한다.”
“당신이 생각해낸 실현 불가능한 도피성 대안이 당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안전한 도피처이자 갈등의 고통을 줄여주는 연고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이런 가이드 책의 장점은 시작과 과정에서의 여러 단계들, 연습하고 실행하는 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준다는 것이다. 모든 상황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어도 윤곽을 배우면 당황하지 않고 시작법과 단계별 대응을 심정적으로라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당장 무언가를 하려 들지 않고 갈등을 차분히 들여다보기만 해도 기존의 갈등 패턴은 저절로 사라진다.”
“뿌리 깊은 감정이나 가치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합리성을 근거로 도출해낸 방안이 문제 해결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삶은 힘겹고 문제는 산적해있다. 개인이든 사회든 국가든 전 세계든.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라면 배우고 익히고 훈련도 받고 적용도 해보면서 그 과정에서 뭐라도 갈등 해결의 역량이 늘어나길 바란다. 기막히고 화나는 선거 전략들을 보면 뭐하자는 건지 더 답답한 시절이라 의지하듯 읽었다.